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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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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07회 작성일 17-08-08 09:46

본문

 

독서의 시간

 

심보선

 

   

책을 읽을 시간이야

너는 말했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네가 조용히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생각한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나는 이혼은 했는데 결혼한 기억이 없어

이혼보다 결혼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 책에는 이별 이야기가 있을까

어쩌면 네가 지금 막 귀퉁이를 접고 있는 페이지에

 

나는 생각한다

온갖 종류의 이별에 대해

모든 이별은 결국 같은 종류의 죽음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키스할 때

서로의  혀를 접으려고 애쓴다

 

무언가

그 무언가를 표시하기 위해

영원히

 

키스하고 싶다

이별하고 싶은 것과 무관하게

 

나는 천성 바깥에서 너와 함께 일생을 헤맬 것이다

 

돌아가고 싶다

떠나가고 싶은 것과 무관하게

 

어디론가

그 어디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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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
컬럼비아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졸업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오늘은 잘 모르겠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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