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이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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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5회 작성일 17-09-07 08:53본문
이별
이채영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봐. 끓어오르는 바다가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심해어들을 몰고 다니고 있어.
쓰러지는 기둥을 피하려고 벗어던진 몸이 불이 되어 기어가나 봐. 지그재그로 비뚤어진 선로는
너에게로 가지 못하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오그려 얼굴을 감싸 안는 천지창조는 느닷없는 말투로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나를 도미노 칩처럼 쓰러뜨리고 있어.
전조현상과의 통성명을 조금 더 빨리 할 걸 그랬어. 오렌지빛 지진운이 네 말 위에 떠돌 때,
네 눈길에서 은근슬쩍 냄새가 날 때, 어디 있니 어디 있니 하며 우리를 탈출한 코끼리를 찾아
나설 걸 그랬어.
사랑은 다층구조의 집합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거대한 충돌에 잡아 찢기고 녹아내리고,
거기에 달라붙어 살아야 하는 나는 살아있는가?
용암에 묻혀 꺼내오지 못한 나의 심장이 기어코 일으키는 여진을 이제 멈출 수 없어.
1958년 경기도 안양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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