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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따뜻한 / 류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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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1회 작성일 18-01-15 14:32

본문

, 이 따뜻한

 

  류현승

 

 

 

유칼립투스는 가지도 넓어

나무그림자 안에 숨은 그림자 날숨은 길어

 

혀에 밀린 단발 명령어에 투명비닐 옷 입은 원숭이가

네가 원하면, 내가 원하면

떼 알로 뭉친 어둠을 물고 할퀴다

바람 부는 곳으로 줄을 탄다

 

아침신문에 아포리즘을 갈아 낸 부조리 몇 홉쯤이야

이타의 섬 그늘아래 탄 누룽지 같은 암세포쯤이야

눈 앙금 길을 지나 온 여름 슬러시 같은 거라고 한 개비

 

그녀의 봄은 백목련 꽃등이 개흙바닥을 탁본하는 거라

뜬금없는 종결을 하고

, 절대가 긁어 준 개운한 손치레라고 한 개비

 

휴직(休職)의 바깥

유리벽을 뚫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아찔한 굴성이

골조만 있는 계단을 오르다

나이 탓에 '나는 아니라고, 안 된다.'고 하는 말에

머리 풀고 발달하는 우울

 

발을 뗄 때 누가 와서, 디딜 때 떠밀었다고

포효하는 페르소나와 넌출진 이기의 화해 시간

서로에게 건네는 한 개비

 

유칼립투스는 키도 넓어

잎사귀 끝으로 흐르는 문득, 이 따뜻한

독거(獨居)한 개비

 

- 계간 시산맥2014 여름호

 

 

ryuhyunseung-180-n.jpg

2006시안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토우와 낡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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