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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 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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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22회 작성일 15-09-16 10:24

본문

도서관에서

 

  하재연

 

 

 

기둥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있었다

검은 감정들

불투명한 잔여들

 

사생활을 엿보는 일들로만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있어서

한 남자는

하루의 내역서를 말로 타이핑하고

 

목차가 없으므로 목을 늘어뜨리고

나를 기억해내고 싶었다

 

무섭게 검어가는 포도알들의 밭 가운데서

나의 목소리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카트에 남은 물건들은 몇 가지 책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잊고 문을 잠근 것이었다

불이 꺼진 다음이었다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박사과정
2002년 제1회 《문학과 사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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