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 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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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2회 작성일 18-02-20 16:46본문
재가
정 호
동창회 경부합동 산행 날, 속리산. 같이 기차통학하던 재열이는 졸업하고는 처음이다.
시집 냈다며? 나 한 권 주라 우리 아들도 문학전공이다. 집에 와 들춰보니 그 흔하던 게
5년이나 지나 여분이 없다. 눈을 씻고 찾아보니 책꽂이 한 구석 당시에 반송되어 온 것
하나. 속표지 박 아무개 귀하 찢어내고 날개 안쪽 속표지 꺼내 김재열에게 쓰고 우체국
으로 간다. 애지중지 내 딸래미 밀양박씨 가문으로 시집간 지 며칠 만에 소박맞고 돌아와
5년간 뒷방에서 조신하다 이제야 경주김씨 계림군파 37대손 가문으로 재가해 간다.
시집살이 한번 제대로 못해 본 내 딸아 다시는 소박맞지 말고 길이길이 그 집안 귀신이
되거라.
- 《시산맥》 2018년 봄호
2004년 《문학• 선》으로 등단
시집 『비닐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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