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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 / 김백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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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6회 작성일 18-07-19 10:15

본문

예보

 

    김백겸

 

 

하늘 흐리고 안개 긴 숲에 우울이 내려와 있음

구름에 갇힌 빛살들

허공에 날개 자국을 긋고 가는 멧새

모두 표정을 남기고 있지 아니함

길 잃은 고아처럼 서서 플라타너스는 적막을 날리고

풀씨로 흩어진 슬픔은 北北東에서 北北西로 방향을 바꿈

폐부로 흘러드는 저기압의 음모

백마일 밖 한랭전선은 풀잎들의 잠 뿌리뽑을

폭풍을 몰고 오는 중임

 

지금은 모든 사랑이 위험함

외투를 걸친 우리의 꿈

방독면을 쓴 채 큰길로만 다님

골목마다 비수를 품고 매복한 어둠

시간들의 휘파람이 대꼬챙이로 눈 찔러 오는 저녁

지금은 모든 생각이 위험함

문 닫고 굳게 빗장을 지른 거리의 불빛들

창 틈을 엿보는 소문과 함께

얼굴 까맣게 죽는 지금은

모든 그리움이 위험함

  

찬비가 내림

우산을 들고 사람들은 사람을 비껴감

낯선 총을 맨 겨울의 척후병이 요소요소 서 있고

바이칼 호수를 지나 시베리아 삼림을 막 빠져나온

러시아의 절망도 보임

공중엔 바람의 채찍 가득해

두려움에 야윈 나목裸木들의 어깨 더욱 가늘고

겨울잠에 젖어 봄날을 꿈꾸는 개나리 새 눈만이

소롯이 숨결에 싸여

한 개피 성냥으로 남겨논 최후의 불꽃임

 

-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kimbaekgyum-140.jpg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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