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대암에서 압축파일을 풀다 / 정태화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금대암에서 압축파일을 풀다 / 정태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3회 작성일 18-08-29 10:24

본문

금대암에서 압축파일을 풀다

 

    정태화

 

 

 

(1)

 

   높은 단위에 앉아 계시니 심심도 하시겠다.

 

   그 사실 대책도 없이 물어서 오래 출출하신 당신을 찾아오신 대추벌 한 마리 불경스럽게 흐흐 그대 입술에 내려앉아 계시니

 

   금동불상金銅佛像 당신의 입술이 야단스럽게 부으셨다

 

   지리산 옆구리 깊숙이 좌정하고 계시는 당신이 대웅전 높은 단입술 위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참에

 

   청상靑孀 어머니 오체투지五體投止의 절, 오호라 달게 받아 드시면서 아랫배 방긋 부풀고 있는 중인데

 

   대리석 섬돌에서 심심하신 고무신 한 켤레 나른한 하품 졸고 계신다.

 

   그 가슴 왈칵 실리는 햇살, 낮잠 한 번 길게 주무시는 섬돌을 찾아오신 바람이 처마 끝 매달린 풍경을 댕그랑 댕그랑 흔들고 계신다.

 

   이곳 금대암 오늘의 처지가 이와 같으니

   이쯤에서 당신의 입술이 무슨 말이든 한 말씀하셔야 하겠다.

 

(2)

 

   천년 세월 비바람 비빔밥 비벼서 달게 잡수신 적송赤松 한그루, 어깨를 늘어뜨려 내려놓으신 팔다리 가지를 떠나오신 산비둘기 한 마리

 

   또르르 굴러 떨어진 풍경의 말씀 한마디 부리에 물고 푸드득 날아오르다가, 금대암 사찰寺刹 앞마당 바람 많은 허공을 빙빙 돌다가

 

   천년바위 바람 터진 잔등 뿌리 내리신 전나무, 그 놈 참 튼실하게 자라 싱그럽구나, 중얼거리면서

 

   우듬지 휘날리는 머리칼 하산하는 당신이 있다.

 

…………,

 

   지리산 산자락 이름도 그럴듯한 다래원多來園 식탁에 앉아 삼계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계시는 사내

 

   감출 수 없는 포만감飽滿感 졸음에 몰리는 동자승童子僧 동행同行의 아이를

   그윽한 눈빛 지켜보고 계신다.

 

 

(3)

 

   그때부터 수 천 년 세월이 흘러 지리산 옆구리 금대암 찾아오시는 사내가

   수선화 같은 아내 한 분 모시고 와서

    오체투지五體投止의 절, 108를 달게 받아 드시다가

   금동불상金銅佛像 하산下山하시다가

   늙은 잣나무 그늘 드리우고 계신다.

 

    그러니 그대는,

 

   날 저문 뒤 차려지는 아내의 저녁 밥상에 여분의 수저 한 벌 올려야 하겠다.사람의 뇌경색腦梗塞이 모시고온 실어증失語症을 만나야 하겠다.

 

   높은 단허공에 계시는 입술에 오늘도 불경스럽게 대추벌 한 마리 날아드셨으니, 그 입술 야단스럽게 부풀어 오르신 사내를 위하여

 

   아랫목 구들장을 장작불 뜨끈뜨끈 지피는 것도 모자라, 뜨거운 숯불 화로火爐를 당신의 머리맡 신주단지로 모셔들여야 하겠다.

​ ​​​​

 

- 정태화 시집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중에서

 


 

jungtaehwa-150.jpg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신인상 수상

2007<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내 사랑 물먹는 하마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0 1 12-31
14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1 2 12-31
14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0 12-31
14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12-27
14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2 0 12-27
14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0 0 12-27
14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2 12-26
14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0 0 12-26
14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1 12-26
14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8 1 12-24
14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4 0 12-24
14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8 0 12-24
14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3 0 12-20
14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 0 12-20
14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0 12-20
14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0 12-19
14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5 0 12-19
14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5 0 12-18
14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0 12-18
14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0 12-18
14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0 12-17
14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4 0 12-17
14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0 12-17
14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9 0 12-14
14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7 0 12-14
14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0 12-14
14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5 0 12-13
14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12-13
14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0 12-12
14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12-12
14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2 0 12-11
14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6 0 12-11
14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4 0 12-07
14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1 0 12-07
14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7 0 12-05
14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4 0 12-05
14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6 0 12-04
14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6 0 12-04
14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12-03
14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9 0 12-03
14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0 11-30
14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7 0 11-30
14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9 0 11-29
14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11-29
14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4 0 11-27
14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1 0 11-27
14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3 0 11-27
14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0 0 11-26
14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7 0 11-26
14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0 11-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