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 이병철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블루홀 / 이병철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9회 작성일 18-09-20 10:16

본문

 블루홀

 

     이병철

 

 

 

 

   푸른 태양이 눈을 헤엄친다 발끝에서 한 올씩 풀려나가는 음악, 우리는 허우적거리며 겨우 숨 쉬는 입술을 가졌지

 

   은빛 정어리 떼와 함께 몰려왔다가 유리처럼 부서지는 너라는 파립, 흩어지는 네 몸 모든 조각들이 눈부셔서 나는 피 흘리고 피 냄새가 저 깊고 검은 물을 깨우기 전 두 다리를 퇴화시켜 지느러미를 얻었다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데 우리는 헤엄친다 물에 잠겨 부레가 되어가는 심장에 산소를 채우느라 빵과 키스를 거부하며 죽음으로 삶을 부르는 호흡법, 다른 세상을 살기 위해 이 세상에서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그해 여름도 물속에서 보냈지 수압을 견디느라 귀 막고 눈 감은 채, 산소통을 메고 내려오는 전도자들을 피해 바다 속을 영원한 낮잠으로 바꾸려고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물과 너는 나의 전부다

 

   물은 세상 밖으로 흘러가는 걸까? 바다의 끝이 어딘지 너는 알고 있고 나는 그저 너를 쫓아가는 게 좋아스테인드글라스 같은 물속에서 종아리에 내 목숨을 매달고 헤엄치던 너는 정말 예뻤는데

 

   너를 따라 물의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너는 거기 없고, 너를 찾던 나는 끝없이 푸른 꿈의 코르크마개를 그만 열고 말았지 유령처럼 낯선 울음이 들려오던 그 구멍이 실은 세상을 빨아 삼키는 단 하나의 입이었을 줄이야

 

   휘파람 소리로 소용돌이치며 소멸하는 세계, 우리가 드나들던 녹색 철문과 시집이 꽂혀 있던 우편함과 빨랫줄에 매달린 수건과 오후 여섯 시의 라디오 소리가 비명 같은 음악으로 빨려 들어가고

 

   물살에 감겨 물살이 되어 얼음의 시간을 향해 떠내려가는 우리

   아니, 소용돌이 속에는 나 혼자 있고

   이 세상과 내가 함께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네 푸른 눈이 저기에

 

  

 -계간 리토피아2018년 여름호

     

 

 

377513_784463_1656_99_20160309020232.jpg

1984년 서울 출생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2014시인수첩시 등단

2014작가세계평론 등단

시집오늘의 냄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63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46 07-19
14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12-14
14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12-14
14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12-14
14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2-13
14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12-13
14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12-12
14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12-12
14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12-11
14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12-11
14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2-07
14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2-07
14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12-05
14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14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2-04
14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2-04
14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12-03
14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12-03
14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11-30
14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1-30
14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11-29
14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11-29
14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11-27
14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11-27
14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11-27
14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11-26
14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1-26
14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11-26
14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1-23
14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11-23
14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11-22
14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11-22
14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11-21
14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11-21
14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1-20
14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1-20
14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1-19
14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11-19
14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11-19
14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11-16
14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1-16
14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1-16
14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1-15
14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11-15
14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1-14
14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11-14
14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1-13
14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11-13
14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11-09
14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1-0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