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는 연못 / 박수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두워지는 연못 / 박수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2회 작성일 18-10-08 09:13

본문

어두워지는 연못

      박수현

 


이사를 앞두고

묵혀 두었던 부부용 긴 베개를 버린다

두런거림을 시침질했던 흰 속청은 얼룩지고

속을 채웠던 메밀 알갱이는 푸슬푸슬 부서지는데

베갯모 속 두 마리 원앙은 여전히 흔들리는 물결 위에 떠 있다

연못에 잠긴 버드나무의 푸른 파문이

정갈한 이음수의 단잠을 허무는 동안

베갯모 테두리의 예서체 청홍 목숨 수(壽)자가

유록빛 수면 위에서 귀가 먹어가는 동안

자줏빛 날개를 펼친 수컷과 다소곳한 암컷의

어깨가 당초구름문 밴 자련수 물풀 사이 반쯤 접혀져 있다

함께 살 셋방 얻느라 미리 당겨 쓴 20개월 계금을

꼬박꼬박 부어 나가야 하듯

일생 상대에게 붓는 사랑의 양도 서로가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저 연못으로 한 땀 한 땀 흘러든 햇살과

장대비와 석 달 열흘 가뭄을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생이 달의 속눈썹을 족집게로 뽑을 때마다

물속에 거꾸로 처박히는 원앙의 고약한 비명소리가

캄캄한 그늘을 제 몸에 새기며

소금쟁이처럼 바삐 미끄러져 간다


늦은 오후, 암초록 깊어지는 연못은

물결을 골라 올올히 현을 뜯듯

원앙 한 쌍을 떠받들고 수면에서 굴절된 빛은

간신히 서로를 참아주느라

자글대는 눈가를 새털수, 속수, 매듭수로 꿰매듯 수놓고 있다

 

   —《미네르바》2012년 여름호


112.jpg


 2003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공저 시집 관계에 대한 여덟가지 오해』『티베트의 초승달』『밍글라바 미얀마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69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57 07-19
14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9:05
14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8:54
14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8:50
14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12-17
14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12-17
14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12-17
14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2-14
14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12-14
14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2-14
14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2-13
14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12-13
14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2-12
14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12-12
14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2-11
14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12-11
14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12-07
14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2-07
14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2-05
14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2-05
14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2-04
14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12-04
14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12-03
14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12-03
14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11-30
14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11-30
14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11-29
14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1-29
14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11-27
14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11-27
14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11-27
14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1-26
14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11-26
14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11-26
14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1-23
14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1-23
14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1-22
14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11-22
14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1-21
14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1-21
14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20
14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11-20
14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11-19
14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1-19
14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1-19
14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11-16
14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1-16
14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11-16
14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1-15
14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11-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