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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앞에서의 기도 / 이승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4회 작성일 18-10-12 10:22

본문

나무 앞에서의 기도

 

      이승하

 

 

단 한 마디 아내가 남긴 말

화장해 나무 밑에다 묻어주세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의 거름 될 생각을 했다

 

나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나무를 베어 별장을 지었지 그대와 나

나무를 베어내 책을 쓰고, 이사할 때 책부터 버렸지

나무가 사라지니 둥지도 사라지고

뼛가루 땅에다 묻고

두 아이 손을 잡고 나무 앞에 둘러서서

고개 숙이고 기도했다

내 아내 잘 부탁한다

더 푸른 녹음과 더 아름다운 단풍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길

 

아내처럼 키만 큰 나무

세 사람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털어낸다

이 겨울, 바람의 길을 안다는 듯

모든 생명의 길을 안다는 듯

 

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KM, 2018)

 

  


이승하.jpg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사랑의 탐구』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불의 설법』『감시와 처벌의 나날나무 앞에서의 기도

시선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인물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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