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앞에서의 기도 /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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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4회 작성일 18-10-12 10:22본문
나무 앞에서의 기도
이승하
단 한 마디 아내가 남긴 말
화장해 나무 밑에다 묻어주세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의 거름 될 생각을 했다
나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나무를 베어 별장을 지었지 그대와 나
나무를 베어내 책을 쓰고, 이사할 때 책부터 버렸지
나무가 사라지니 둥지도 사라지고
뼛가루 땅에다 묻고
두 아이 손을 잡고 나무 앞에 둘러서서
고개 숙이고 기도했다
내 아내 잘 부탁한다
더 푸른 녹음과 더 아름다운 단풍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길
아내처럼 키만 큰 나무
세 사람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털어낸다
이 겨울, 바람의 길을 안다는 듯
모든 생명의 길을 안다는 듯
ㅡ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KM, 2018)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사랑의 탐구』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불의 설법』『감시와 처벌의 나날』『나무 앞에서의 기도』등
시선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등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인물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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