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역사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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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7회 작성일 18-12-17 09:59본문
얼굴의 역사
윤지영
찬찬히 보면 얼굴에는 세모가 있다, 세모가 많다
두 개의 동공과 땀나는 인중
양쪽 입꼬리와 소심한 콧망울
두 개의 관자놀이와 오른쪽 턱 관절
얼굴에서 새로운 세모가 쉬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자리를 옮긴다
햇볕에 나서면 없던 세모도 나타나고
날이 흐리면 빛나던 세모도 어두워지고
턱을 고이면 멀쩡한 세모도 찌그러진다
찬찬히 보면 얼굴은 세모로 만들어져 있다
큰 세모, 작은 세모, 어두운 세모가
반듯한 세모, 날카로운 세모, 위태로운 세모와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다가
둥근 얼굴도 되고 성난 얼굴도 되고 생각이 많은 얼굴도 되다가
있는 줄도 몰랐던 세모가 얼굴에서 튕겨져 나오기도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표정으로 솟아오르면
연이라도 된 듯, 팽팽히
나머지 세모들을 잡아당기며 멀어져 간다
그러다 찬찬히 보면 얼굴에는 네모도 있다, 네모도 많다
ㅡ《문학과 사람》(2018, 여름호 )
1974년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물고기의 방』 『굴광성 그 여자』 등
시론집 『시와 마음읽기』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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