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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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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10회 작성일 15-10-22 09:59

본문

맷돌       

 

이종원

 

궤도를 벗어난 기억이
끊어질 듯 바람의 끝을 쫓다가
맷돌을 꺼낸다

손잡이에 달려 나온 시간을 왼쪽으로 돌린다

덜컹, 흔들리는 꿈
툇마루 지나 마당 한 귀퉁이에 순두부 끓고
찔레꽃 담장 돌아 사립문 들어서는
어머니의 동안(童顔)

매함지에 시절이 쌓이도록 암쇠를 돌려도
백발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쳇바퀴처럼 돌고 돌다 잃어버린 길
맷돌도 탐색을 멈추고 보(褓)를 벗긴다

자욱한 안개를 털고
마주앉은 상실이 대칭으로 돌아간다

빗장을 풀고 나온 아버지의 심장 소리
달빛을 휘감아 내려서면
폐가의 뼈대에 호롱불 켜지고
타래에서 뒤엉킨 실마리를 찾느라
또, 쉬임없이 돌아간다

부러진 어처구니


 

 

1960년 경기 평택출생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3년 <시와사람> 등단
시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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