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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조각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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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52회 작성일 15-11-02 11:14

본문

얼음 조각(彫刻)

 

   이규리

 

 

 

잠시 너의 연인이 되어주기로 한 일

 

축제는 축제를 견디려 종일 서있었다

 

음악이 있고

불빛이 흐르고

 

하루를 사는 일들이니

오늘 나는 잘 녹아야 한다

 

이곳은 녹지 않으려 안간힘 쓰던 내 삶과 얼마나 다를까

 

꼭 나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네

잠시를 영원으로 아는 그런 눈먼 사람 말이네

 

모든 날들인 하루

 

그래, 하루라는 건 절대 슬픈 시간이 아닌 거야

 

부재하고 싶었어, 벼랑에서 멸하고 싶었어, 저 실상으로부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목이 가늘어지지만

나는 서서히 녹아야 한다

 

녹기 위해서 존재하는 삶을 이해하겠니

카펫을 다 적시며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적막을

 

투명하다는 건 힘이 될 수 없겠지만

어떤 패도 지킬 수가 없겠지만

 

버티어 온 힘으로 사라지는 일

그러니 다시 고쳐서 말해보자

 

내가 그때 거기 있었으므로,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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