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 건설기 1 / 박춘석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떤 국가 건설기 1 / 박춘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43회 작성일 16-03-08 10:45

본문

 

어떤 국가 건설기 1

 

박춘석

 

어느 시기가 되면 일제히 흩어지기로 약속하고 봄은 한 국가를 건설했다 햇살은 삶을 잡아 이끄는 힘이 있어 국가는 충만해져갔다 나와 가족도 대열을 따라 봄으로 갔다 삶이 자라거나 청춘이 시드는 때까지 야위고 왜소한 몸을 부풀리기 위해 수만 킬로의 봄을 건넜지만 우리 삶에는 꽃이 오지 않았다 백 번 천 번 그 이상 문 앞에서 봄을 두드렸다

 

  하늘의 해는 평등했고 나와 가족들은 겨우 남은 해로 길을 비추며 걸었다 해가 부족해서인지 우리는 반쪽짜리 몸을 키운 탓에 제때 다른 계절로 건너가지 못했다 체류자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게으른 듯 덜 산 듯 같은 곳을 살았다 늘 시작점에 섰던 걸 돌이켜 보면 봄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나와 가족들은 씨앗의 왜소한 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겨우 씨앗이 고지였던가 활짝 핀 꽃이나 무성한 숲 번영한 사람들을 보면 나와 가족들 속에는 진실이라는 뼈대가 없었던 건 아닐까 회의했다

 

  왜소한 씨앗이 발아하면서 함께 자라야 하는 진실 우리의 뼈대 없는 국가는 봄의 식민지에 들었다가 나온 후 나와 가족들은 어느 해 어느 봄에도 살았었다는 기록이 없고 후세에 전해줄 꽃이 없었다 우리가 어떤 꽃인지 어떤 빛깔인지 어떤 향기가 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의 몸에 봄에 대한 여행기만 여백 없이 기록되었다

 

 

경북안동 출생
2002년 《시안》등단
2013년 요산문학상 수상

시집『나는 누구십니까?』등

추천0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라는 국가에 대한 자조와 한탄

처음 읽어나가며 나에 대한 지적이라 생각되어 여러 번 읽게 되었다.

햇살을 잡아 이끄는 힘이 있어 충만해지는 나라, 나와 가족은 봄으로 따라갔다.
씨앗의 몸을 부풀리기 위해 수만 킬로의 봄을 건너 백 번, 천 번 그 이상 문 앞에서 봄을 두드렸으나 씨앗을 부풀리지 못한 채 다른 계절로 건너가지 못했다.
왜소한 씨앗이 발아하면서 함께 자라야 하는 진실이라는 뼈대 없는 국가는 봄이라는 식민지에 들어섰지만 그 어느 해 봄에도 살았었다는 기록이 없고 이렇다 할 꽃도 피우지 못했으므로 후대에 전해줄 아무것도 지니지 못했다.

봄을 제대로 살아 훌륭하게 활짝 꽃을 피워 무성한 숲을 이룬 번영한 사람들을 보면 그러지 못한 나와 가족을 비탄해 한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보는 듯도 하다.
어찌 보면, 빈부의 격차는 물론 사회적이나 제도적으로나 평등함을 보장해 주는 국가의 기본 질서가 제대로 작동, 가동되어야 한다는 진실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 비판일 수도 있으나, 이것이 비난으로만 들리는 건 나의 오해 탓인가, 다소 조심스러운 우려를 갖게도 한다.

이 시에서의 봄이라는 것이, 재물적 성공이라는 개념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나의 편협한 속물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이해를 구한다.

2020.05.08

Total 3,171건 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8 0 08-29
28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7 0 12-07
28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7 0 01-07
28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7 0 01-19
28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3 0 12-10
28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3 0 01-29
28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1 1 10-07
28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7 0 08-31
28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1 0 02-12
28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1 0 05-04
28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0 0 10-26
28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8 0 02-03
28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0 11-19
28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0 04-23
28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6 1 09-01
28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4 1 09-14
28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1 0 03-10
28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9 0 01-29
28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9 0 02-26
28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6 0 02-17
28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1 0 04-06
28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8 0 03-25
28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7 0 11-09
28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6 0 11-09
28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3 0 01-25
28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8 0 03-07
28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6 1 09-16
28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4 0 09-07
28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10-19
28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10-22
28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12-02
28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1 09-01
28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7 0 03-11
28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6 0 09-08
28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5 0 10-06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4 0 03-08
28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0 0 01-21
28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9 2 09-12
28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5 0 04-12
28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2 0 11-13
28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2 0 11-16
28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4 0 12-15
28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4 0 03-23
28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0 0 02-04
28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0 0 02-22
28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8 0 04-07
28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7 0 07-31
28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4 0 08-04
28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3 0 08-24
28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2 0 11-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