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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서(書)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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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0회 작성일 16-03-30 09:25

본문

 

푸른

 

조경희

 
골짜기에 잠들었던
전설 같은 바람이 개울로 내려오면
생각에 잠겼던
늙은 왕버들이 붓을 드네

 

흐르는 물 한지삼아 
일필휘지(一筆揮之) 써 내려가노라면
눈 맑은 송사리며 피라미가 읽기도 하고
동네 조무래기 참새들 시끄럽게 지저귀다 가기도 하네

 

뿌리 깊은 柳氏 가문의 내력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온몸으로 읽던
푸른 서(書),
뼛속이 시원하네

 

별들도 읽다 잠드는 미명(未明)
바람마저 잦아들면
가부좌 튼 몸 비로소 일으켜 세우고
안개 속으로 걸어가네

 

 



 

 

 

조은.jpg


충북 음성 출생
2007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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