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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이 필 때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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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82회 작성일 16-04-26 10:31

본문

 

등꽃이 필 때

 

  김윤이

 

 

목욕탕 안 노파 둘이 서로의 머리에 염색을 해준다

솔이 닳은 칫솔로 약을 묻힐 때 백발이 윤기로 물들어간다

모락모락 머릿속에서 훈김 오르고 굽은 등허리가 뽀얀 유리알처럼

맺힌 물방울 툭툭 떨군다 허옇게 세어가는 등꽃의

성긴 줄기 끝, 지상의 모든 꽃잎

귀밑머리처럼 붉어진다

염색을 끝내고 졸음에 겨운 노파는 환한 등꽃 내걸고 어디까지 가나

헤싱헤싱한 꽃잎 머리 올처럼 넘실대면

새물내가 몸에 배어 코끝 아릿한 곳,

어느새 자욱한 생을 건넜던가 아랫도리까지 겯고 내려가는 등걸 밑

등꽃이 후드득, 핀다

 

kim-yooni-140-2.jpg

 

1976년 서울 출생. 본명 김윤희
2006 연세대 윤동주 문학상 시부문 수상
2006 계명대 계명문화상 시부문 수상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뒤뚱뒤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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