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무주걱 /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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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3회 작성일 16-09-12 09:24본문
어머니의 나무주걱
조정인
어머니의 노櫓, 나무주걱은 아래쪽이 닳아 있고 그곳에 뜬 하현달은 하염없었다.
쌀을 퍼서 물에 담근다 한바닥 물에 잠긴 쌀알들이 저희 아래 물새알이라도 감춘 듯 한결같은 표정이다 들여다볼수록 착해지고 싶은 쌀
최씨네 봉제공장이 있는 독립문에서 충청로 뒷길 지나 아현동 비탈길을 올라 어머니 저문 대문을 들어서네, 부은 발등에 물을 끼얹네, 서둘러 밥을 짓네, 우묵한 양은솥이 밀어올린 온난전선, 잎잎이 순정한 어머니의 꽃잎, 더러는 드문드문 밤콩이 놓여 주걱 위의 가난은 혀에 달았지
밥물이 끓는다 눈보라가 끓는다 능선이 솟는다 꽃잎으로 잦혀진다
주걱에 묻은 밥알 떼어 입에 넣다가 울컥 뜨겁다 사는 일이 달그락달그락 밥 차리는 일이다 밥냄새 피워 올리는 번제,
식탁에 둘러앉는 일이다 길 위에 덩굴지는 밥그릇 행렬이다.
서울 출생
1998년 《창작과 비평 》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에서 대상
시집『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장미의 내용』,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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