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의 가없는 너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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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3회 작성일 16-09-20 09:17본문
오늘 아침의 가없는 너
황학주
아직은 빈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만
눈을 뜬다
왜 나를 어두운 강가로 살려 보내나
불장난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며칠째 숟가락을 놓고 참나무 숲 사이로 지나는
닳은 밤은 빗방울이 묻은 징검돌 위에 서있었다
우산을 들고 만나면 바람이 센 미사리
올이 고운 건 눈물이지만 그 속으로 미사리는 갈대가 쓰러졌다
네가 놓은 손은 퍼런 강물의 어깨를 소개받는 날이 되었다 더럽힌 적 없는 손처럼
시간은 빗장을 지르는 물소리 건너편으로 두 동강을 저어 가고 있을까
안녕이란 알고 보면 누구의 것도 아니게 작다는데
눈에 그토록 숨겨진 너
슬픔을 빼앗기지 않는 내 마음
어두워지기만 하는 성격엔 없는
아마도 너는 여러 곳에 사는 빈자리에 가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내가 없을 때 뭐하는지가 나의 위안이 되는
여긴 너의 색색의 꽃말이 있는 곳
빛의 주근깨가 튀는 수면을
돌멩이처럼 날아가며
때마침 오늘의 구름은 그 눈자위에 피던 화염을 깬다
내일은 어떡하지?
내 몸을 대발로 말아서 버린 기억이 하고 있는 일처럼
오늘이 오래 아프게 가면
본래 밤과 결혼을 몇 번 하고 태어나는데
바람 부는 이별을 깜깜한 밤하늘로 맞아야 한다
덧대어진 눈 먼 울먹임 같은 색 사이를 돌아 나오는
아침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삶을 이해하자고 했다
1954년 광주 출생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한』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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