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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의회 / 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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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27회 작성일 17-02-0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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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의회

유수연

 

  서울에는 얼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얼굴을 사랑하기 위해 마주 본다

 

  서울의 거리에는 사랑스러운 얼굴이 많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외국인들은 서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한다

 

 

  웃지 않는 사람들과

  웃어야 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군요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고

 

 

  거울에서 의미를 찾아도 거울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턱을 만지다 뻐근하게 울상을 짓고 생각을 오래 하다 근육이 늘어난다

  병원 아래로 검은 정수리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한다

 

 

   공휴일이었다 아름다운 이들이 서로를 만나러 가고 있다

  서로의 의미를 반목하기로 하며

 

 

   서로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병에 걸린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외운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표정들비가 그친 처마에서 징그러운 우리들 우리는 기도한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앓았고 아팠다 울었고 멈췄다 무릎을 꿇은 채 서로를 붙잡고 길에서 쓰러진 길에서 조용히 말해도 알아들었다 비의 밖으로 우리가 젖었다고

 

   우리의 믿음은 배움에서

  우리의 사랑은 미움에서

 

 

   우리의 하늘은 변하지 않고 우리는 금이 갔다 수거되지 못한 우리는 계단이 많았고 열리지 않는 길 위로 우리는 풍경 변하지 않는 옆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번화가에는 의미 없는 사람들이 지나고 번화가에는 모두가 외로웠다

 

 

   집이 없단 건 다 그런 거야 오지 않는 첫차를 기다리며 서로를 모방하며 우리는 집으로 갈 버스를 생각하고 흘러내리고 또 춤을 추었다 우리는 막혀있다 우리를 굴리며 굴리며 굴리며

 

 



   우리는 익어간다

   우리는 잃어갔다

 

 

   우리의 집에서 우리는 이름과 이름을 더하다 우리는 서로의 비유를 찾았고 누가 먼저 사라졌는지 우리는 많은 우리의 얼굴을 못 박고 돌아왔다

 

   우리는 어떤 돌림자에 함께 걸려있었다

  유행은 새로운 감정이다

 

   서울에는 얼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얼굴을 사랑하기에 마주 본다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못생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못생김에 익숙해질 뿐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너는 고민하게 되는 얼굴이었다 이곳은 서울이다 서울과 거울은 다르다 투영과 반사도 이해와 차이로 상이하다 거울에서 의미를 찾아도 거울에서 발견은 쉽지 않다 턱을 만지다 뻐근하게 울상을 짓고 생각을 오래 하다 근육이 늘어난다 병원 아래로 검은 정수리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유수연시인.jpg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과 휴학후 현재 육군 복무 중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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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애인 /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부문 심사평

 

'무엇이 우리 삶의 진실인가' 질문을 던지다

 

 

오늘날 한국 시의 큰 병폐 중 하나로 소통의 결핍과 부재를 들 수 있다. 시를 쓴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이 서로 소통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적 삶과 동떨어진 비구체성, 환상과 몽상의 방법으로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언어적 태도, 개인의 자폐적 내면세계에 대한 지나친 산문적 천착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러한 시들을 제외하고 시적 형성력의 구체성이 높은 작품을 우선하기로 먼저 논의했다.

본심에 오른 15명의 작품 중 최종적으로 거론된 작품은 곽문영의 마법사 K’, 이광청의 초콜릿’, 이은총의 야간비행’, 노경재의 캐치볼’, 신성률의 신제품’, 유수연의 애인등이었다. 이 중에서 신제품애인을 두고 장시간 고심했다. ‘신제품은 구멍가게를 하며 늙어가는 한 내외의 삶을 신제품에 빗댄 시다. 옛것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로, 발상은 신선하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산문적 안정감이 오히려 시적 형성력과 신선미를 잃고 있다고 판단했다.

애인은 시대적 삶의 투시력이 엿보이는 시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통해 무엇이 우리 삶의 진실인가 질문을 던지는 시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 현실을 바탕으로 세태를 풍자한 시라기보다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삶의 진실을 추구한 시다. 여와 야, 적과 동지,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서로 적대하는 관계가 오늘의 정치 현실적 관계라면, 이 시는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에서 알 수 있듯 인내를 통한 평화와 자유의 관계가 현실적 삶의 진정한 원동력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에서도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지만 실은 그 가치의 공존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오늘 우리의 삶을 애인 관계의 공생성에서 찾아내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한 이 시를 통해 내일 우리의 삶은 분명 사랑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문정희(시인), 정호승(시인)

 

당선소감 / 유수연

 

답장 없는 편지첫 답장을 받았습니다

 

 

답장 없는 편지를 쓰다 처음 답장을 받은 마음입니다. 이 느낌이 신기해 꽃병에 넣어 기르고 싶습니다. 물을 주고 또 지켜보고 싶습니다. 잘 묶어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정희 선생님, 정호승 선생님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실 때 칭찬받은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윤한로 선생님, 배은별 선생님, 김유미 선생님. 처음 시를 쓰는 재미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남진우 교수님, 박상수 교수님, 천수호 교수님.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지윤아, 은경아, 유수야. 매번 나 반겨줘서 고마워. 원석아 네 방 더러워서 내가 청소하고 나온 거 잘했지? 깨끗하게 나랑 오래 만나자. 의석이 형, 태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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