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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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658회 작성일 17-05-17 10:30본문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박노해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멀어져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내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195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83년 《시와경제》 등단
시집 『노동의 새벽』 『겨울이 꽃핀다』 『참된 시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사진 에세이 『라 광야 - 빛으로 쓴 시』 『나 거기에 그들처럼』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다른 길』
산문집 『오늘은 다르게』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등
1988년 제1회 노동문학상
1992년 시인클럽 포에트리 인터내셔널 로테르담재단 인권상
댓글목록
이면수화님의 댓글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것도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겠다.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는지 지켜보려고 달리는 말을 멈춘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지나쳐 와서 뒤에서 오는 자신을 지켜볼 수 있다면...
바름이 아니라 빠름만을 추구하는 아름답지도 않고, 돌이킬 수도 없는
사람의 근본인 ㅁ을 놓치고 살기에만 급급한 사라로 살다가 사라지는
핸드 브레이크 걸린 줄도 모르고 질주하는 삶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