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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곡선 /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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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62회 작성일 15-08-28 08:41

본문

뜨거운 곡선

 

박성준

 

 

기념하고 싶은 날을 만듭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꿈이

꿈을 꿉니다 나는 내 숨소리에서 네가 가장 두렵습니다

 

남자가 안개처럼 눈을 감으면 만나지 못한 방들은 햇빛이 됩니다

이때 여자는 눈을 감고 겨우, 냄새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새들이 제 그림자를 쫓아가 울면 맥박은 조금 더 분명해졌을까요

어떻게 한 번쯤 죄인이 되지 않고서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지

 

먼 곳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말이든 해달라는 얼굴로

늘상 고함을 쳐도 좀체 구름 떼는 짐승 바깥으로 돋지 않고

 

용서나 허락이 필요한 아침입니다

창문들이 어디론가 메스껍습니다

 

손톱처럼 웃던 여자는 하품을 하다가 눈물을 흘립니다

종이에는 의자가 숨어 있고 물속에는 죄다 수술 자국뿐입니다

 

벌써부터 도착해 있는 자목련은 남자의 이마를 닮았습니다

신작로 위에 분분하던 잿빛들은 놀랍게도 무릎이 아닙니다

 

대체 이게 다라면, 남자는 계단을 내려가고 여자는 계단을 붙잡아 지웁니다

우리는 평평하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하품을 하면 눈물이 나는 이유는

꿈에서나 슬퍼할 일을 먼저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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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09문학과사회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부문 당선

시집 몰아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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