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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륭 / 당신 외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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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21회 작성일 18-03-30 13:48

본문

당신 9/ 김 륭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

그래서 이다

 

 

 

 

빙의憑依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게 울음을 버리러온 듯

 

누군가 저 멀리 내다버린

바구니 안의 아기 같은

당신 너머

 

한번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상의 오랜

기도를 닮아서,

 

두 발이

고드름처럼 녹아내리는

저녁

 

단 하나의 이 심장을

나더러 어떻게 내가

나를 어떻게

몸 없이 우는 법만 배워

입 안 가득 을 넣어보라는 듯

 

숟가락을 집어든

오른손이 왼손에게 죽음을

구해오라는 듯

 

팔꿈치로 달을 쿡, 찔러서

창문 또한 콧구멍보다

작게 접어서

 

두 뺨 가만히

떼어서

 

 

 

 

고라니

비와 손님

 

 

  두 발로 올 때가 있고 네 발로 올 때도 있다, 비는

 

  나는 비를 그렇게 구부린다 가만히 엎드려 지켜본다 오늘은 두 발이다

 

  온다, 비가, 새끼고라니처럼 온다고 써놓고 운다고 읽는다

 

  두 개의 발이 더 필요한 지점에서 심장은 이불보다 착하게 만져지지만 슬픔은 끝내 목줄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빗소리는 그렇게 질기다 두 발로 왔다가 네 발로 돌아간이 있고,

내가 나를 애완용으로 키우지 못한 것은 사후의 일이다 함부로 들어 올렸던 앞발이 가죽나무

잎사귀 위에 몇 개의 빗방울과 함께 떨어져 있다 어미를 찾는 새끼고라니의 눈망울을 두드려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비는 오고 이미 죽었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 섬이 있고 손님 온다

  온다, 사람은 사람으로 부족해 가늘게 눈 뜬 도둑고양이를 사용하거나 개나 염소에게 끌려

다니기도 한다 참 다행이다, 오늘은 두 발이고 뿔이 없다 나는, 죽은 척 지켜본다

 

  우산들은 좀 앉으시지, 늙은 몸 가만히 두고

 

  하늘을 기어오르는 구부러진 송곳니

 

 

 

 

 

검은 어항

 

 

 

임산부처럼 앉아있다 그 남자

가끔씩 물고기 눈을 감겨줄 수 있는 음악이나 만들면서

지나간 잠은, 검은 모래로 만든 어항

 

당신을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밤이 있었다 그냥, 그냥이라는 말이 좋아서

당신이라면 내가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내 기억을 키우고 있을 것 같아서

아무도 몰래

 

사랑은 언제나 맞은 적도 없었지만 틀린 적도 없었다

 

돌멩이를 던지면 동그랗게 태어나는 어항, 내가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지만

당신이 사랑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도 하나의 어항 속에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야 세상의 전부가 되는 걸까

 

세상의 반은 어둠이어서 물로 뛰어들어 눈을 씻는 달, 검은 기억 속을

길게 빠져나오는 몸 이야기, 잊어버린 마음이 아파 어두워진 어항, 내 잠마저

모래시계처럼 옮겨갔을까

 

기억은 검은 노래도 불러준다 물고기가 눈을 감고 따라 부르는

노래, 같이 살았어야 했는데 같이 살아야 하는데, 단 한번만이라도

물고기를 키우는 임산부처럼 앉아서

 

같이 살 수 있을까

 

 

 

 

 

 

 

녹턴

 

 

 

함께 살지 않고도 살을 섞을 수 있게 된다

 

이불홑청처럼 그림자 뜯어내면, 그러니까

내게 온 모든 세계는 반 토막

주로 관상용이다

 

베란다에는 팔손이, 침실에는 형형색색의 호접난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의 그녀와 나는 서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척 손만 잡고,

죽음을 꺼내볼 수 있게 된다

 

화분에 불을 주듯 그렇게 서로의 그림자로

피를 닦아주며 울 수 있게 된다

 

과 싸우던 단 한 명의 인간이

두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윤이형, 단편 쿤의 여행중에서

 

 

 


 

버찌는 버찌다

 

 

 

  버찌가 유명해진 것은 버찌 때문입니다 버찌는 참 많습니다 첫사랑이 많아서 이름도 많고

나이도 참 많습니다 앵실(櫻實)이라 불리든 체리라 불리든 첫사랑은 시끄럽고 두고두고 식용

입니다 직박구리 한 마리 빨갛게 익은 버찌를 먹고 있습니다 버찌에 관해서라면 직박구리도

할 말이 많습니다 삐이이이이익 버찌는 언제나 버찌고 버찌는 언제나 버찌를 데리고 다니고

버찌는 버찌에게 할 말이 많습니다 버찌가 하필이면 왜 벚나무에 올라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찌가 벚나무를 내려와도 버찌는 버찌입니다 버찌가 버찌랑 둘이서 더는 못살겠다 싶을 때

버찌가 왔습니다 버찌는 언제나 일요일이고 삐이이이이익 버찌는 버찌입니다 버찌는 언제나

처음이고 마지막입니다

 

 

 

 

대부분의 연애류

 

 

 

모르는 사람들이 좋아졌다

행여 아는 사람이 될까봐 나는, 나랑

좀 멀리 떨어져 앉아서

 

트렁크를 개처럼 끌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다리를 오도독 뜯어먹었다

 

참 멀리도 왔다는 기분

이런 날의 연애는 방아깨비처럼

나이는 늘 먹던 걸로,

 

해외여행을 조르는 애인 두 뺨 사이에

- 코를 풀던 손바닥 한 장 끼워 넣는 동안

 

모가지 빳빳하게 세운 뱀 한 마리 지나갔고

소설에게 차였다는 소설가 녀석이

말복을 데리고 왔다

 

어쩜 아는 것들은 하나같이 교양이 없는 걸까

 

내가 나를 피해 슬그머니 한쪽 발을

들어 올려야 할 때가 있다

 

오줌 누는 멍멍이 털을 벗겨

애인에게 입혀주고 싶었다

 

너무 멀리도 왔다는 기분, 그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 같아서

 

볼펜 꼭지를 똑딱거리며 나는 슬슬

우리 집이 모르는 곳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샤워

 

 

   열대식물을 생각했다.

 

  당신은 마음에 손잡이가 달려있다고 했다. 당신이 아름다워 보였지만 내가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었다.

 

  털이 북슬북슬한 몸으로 마음까지 걸어 들어갈 궁리를 하다보면 사막과 친해졌다.

 

  짐승이란 말을 들었다. 나는 손잡이가 몸에 달려있었고 사막여우 같은 당신의 마음이 걸어

다니기엔 더없이 좋아보였다. 그때부터였다.

 

  사는 게 말이 아니었다. 벌레잡이통풀,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사랑은 어디에 달려있던

손잡이일까, 하고 궁금해졌다.

댓글목록

향일화님의 댓글

향일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락포엠 시인 초대에서 뵈었던
김륭 시인님의 좋은 시편을
시마을 뜨락에서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좋은 시가 봄처럼 기분을 바꿔주네요 감사합니다~

대왕암님의 댓글

대왕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륭 시인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정성으로 만들어 올려주신 예쁜 글 잘 읽어 깊은 감상 잘하고 갑니다
김륭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많은 글 올려주지면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시여 행복을 누리세요
선생님의 글 잘 모시고 갑니다 허락 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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