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포장마차/김지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인과하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7회 작성일 17-07-17 17:15본문
달리는 포장마차
김지훈
김지훈
새벽 세 시,
말도 마부도 없어요
짠- 짠-
잔이 부딪힐 때마다 마차는 달려요
꽃잎 하나 둘,
뛰어 내려요 꽃잎은 떨어지는 순간에도
이 악, 물고 웃지요
술잔에 뜬 바람 묻은 꽃잎
하소연은 가볍게 짠-
붉게 타오르는 잔을 부딪혀요
따그닥 따그닥
술잔이 비어가요
시침과 분침 사이 마부가 있어요
취한 말들이 있어요
花르르, 火르르 벚꽃은 패를 돌려요
옆 사람과 표정을 바꿔도 좋아요
바람 잠든
빈 술잔, 가볍게 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마부를 배웅해요
오늘의 내가 어제의 말을 그리워해요
취한 말들,
담벼락에 잠든 낙서를 깨워요
따그닥 따그닥
모든 말들은 빨갛게 파랗게 포장되었어요
훅- 바람에 포장이 날아가요
말도 마부도 없어요
흔들흔들
취한 말들이 비틀거려요
알전구에 남은 온기 훅-
입 속에 옹송거리는 말들
탁,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할 거에요
아무 걱정 말아요
탁,
힘차게 구두점을 찍어요
달이 깜빡
잠시,
눈부신 정전의 시간이 왔어요
*김지훈 시인: 2016년 <시인시대>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출처: 2017 애지 봄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