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소곡四行小曲 /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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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6회 작성일 17-10-01 21:39본문
사행소곡四行小曲 / 김영랑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맹세는 가볍기 흰 구름 쪽
그 구름 사라진다 서럽지는 않으나
그 하늘 큰 조화 못 믿지는 않으나
빠른 철로에 조는 손님아
이 시골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한가하고 그립고 쓸쓸한 시골사람의
드나드는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鵲巢感想文
우리나라 정규교과과정을 거친 사람은 시인 김영랑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의 일대기는 간략히 조회만 해도 볼 수 있다. 한때 영랑의 사행소곡에 흠뻑 젖은 때가 있었다. 무슨 노래 같기도 하고 흐르는 물처럼 이리 맑은 것도 없으며 구슬처럼 돌돌돌 구르는 것도 이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 쓰고 싶고 기어코 따라 쓰지도 못하면서도 흉내에 부끄럽기 그지 없는 그런 낙서하곤 했다.
가끔은 빈 카페에 앉아 옛 시인의 흔적을 읽다보면 그때 삶이 보이기도 한다. 영랑은 그리 오래 살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으면 짧은 생이었다고 해야 하나, 한국전쟁 9.28수복 때 날아든 포탄의 파편에 사망했다. 이때 만 47세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나이 때다. 이 4행 소곡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쓴 시일 거로 추정한다. 영랑은 일찍 결혼하였는데 첫 아내와 사별로 그 그리움에 지은 거로 알고 있다.
조용한 추석을 맞았다. 아니 쓸쓸하다. 아무도 없는 빈 카페에 앉아 마치 청승 뜨는 것 같다. 오늘은 비도 좀 내리고 양은 그리 많지 않으나 충분히 쓸쓸하여 자연은 대신하고도 남음이다.
영랑의 4행 소곡 이후, 후대에 사행 소곡을 쓴 시인은 몇몇 더 있었다. 강우식 선생의 시가 그렇다. 나는 강우식 시전집을 모두 읽은 적 있다. 다소 관능미로 와 닿았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았다. 한 시대의 작품이니까!
위 시는 영랑의 사행소곡 몇십 수중 두 수 골라 필사했다.
빈 카페 홀로 앉아 음악 듣는다
혼자 커피 마시고 시를 읽는다
바깥은 비 내리고 안도 내리고
어두컴컴한 카페 홀로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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