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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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8회 작성일 17-10-07 00:31본문
이식 / 조말선
그날 아침, 무성한 아버지의 아를 떼어내 심었다 가랑이가 찢어진 겨드랑이가 찢기진 그날 아침, 단호한 아버지의 버를 떼어내 심었다 심장이 쪼개진 간격이 벌어진 그날 아침, 새 아버지를 경작하였다 새 침대를 마련하였다 새 관습을 주입하였다 찢어진 아버지 벌어진 아버지 불구의 아버지가 태어나리라 불구의 아버지께 사식을 대접하리라 그날 아침, 아버지는 불구가 되었다 그날 아침, 아버지는 주저앉았다 야금야금 물을 주리라 간혹 식사시간을 잊으리라 회복이 빠른 아버지 낑낑대며 번식에 집착한 아버지 어느 날 아침 침대마다 무성할 아버지 똑같은 관습을 발육할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에요 뿌리 없는 아버지 내가 경작한 아버지
鵲巢感想文
두레 / 鵲巢
흰머리카락한올 돌아온마귀
아버지머리카락 뽑다만한올
단호한아버지가 경작한한올
더디어다닳은귀 두레한바퀴
쌓은흰머리카락 꿔다만밧줄
붓처럼잡은한올 죽은아버지
봄여름가을겨울 안썩는장지
기어코뿌리내린 넝쿨같은칡
시제 이식은 옮겨 심는 것을 말한다. 이식移植이다. 시의 전체 내용은 조금은 섬뜩한 장면의 연출이다. 떼어낸다거나 찢어진 겨드랑이 찢기진 그날 아침, 쪼개진 간격, 벌어진 그 날, 불구가 되었거나 불구의 아버지, 사식을 대접한다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식사시간을 잊어가며 시에 집착한 시인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시인은 작가 자신을 말하겠지만, 전체 시인을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사생아도 아닌 뿌리 없는 아버지가 되고 이는 내가 경작한 아버지가 된다.
창작의 세계에 우리는 아버지를 잊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버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어떤 창작의 세계도 아버지를 배우지 못하면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을 알고 문맥을 알려면 앞은 어떻게 흘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 심장이 쪼개지는 것처럼 틈이 생기고 빛은 있겠다.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 이성복
그날 아침 비 왔다 개이고 다시 흐리고 갑자기 항아리에서
물이 새고 장독이 깨지고 그날 아침 工員들 실은 트럭이
장사진을 이루고 어떤 녀석은 머리에 흰 띠 두르고 깃발을
흔들고 계집애들 소리내어 껌 씹으며 히히닥거리며 줄 맞춰
가고 버스를 타서나 내려서나 우리는 한결같은 군대 얘기
잠시 침묵. 다시 군대 얘기<비상 걸리면 높은 양반들도
불나게 뛰었지......> 그날 아침 鐘樓에는 鐘이 없고 종이로 접은
새들 곤두박질하고 우리는 나직이 군가를 흥얼거렸다 그날 아침
안개와 뜬소문은 속옷까지 기어들었고 빈 터엔 유리 조각이
굽이 쇠못이 벌겋게 녹슨 철근이 파밭에는 장다리가 길가에선
<이 옘병할 놈아, 네 에미를 잡아 먹어라> 그날 아침
테니스 코트에는 날씬한 여자와 건장한 사내가 흰 유니폼을 입고
흰 모자 흰 운동화를 신고 흰 공을 가볍게 밀어 치고
그날 아침 동네 개들은 물불 안 가리고 올라타고 쫓아도
도망 안 가고 여인숙 門을 밀치며 침 뱉는 작부들 우리는
다시 군대 얘기 <휴가 끝나고 돌아올 때 선임하사를 만났더랬어
그 씨팔놈.......> 그날 아침 매일 아침처럼 라디오에선 미국사
람이 <What is this?>라고 물었고 학생들이 따라 대답했다
<핫 이즈 디스?> 그날 아침 헤어지며 우리는 식은 욕망을
피로를 기억 상실을 군대 얘기로 만들었고 대충 즐거웠고
오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무한 창공의 깃발이여
시인 이성복 선생의 시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를 필사해 본다. 조말선 선생께서 쓰신 시어의 어떤 반복적 운율이 시인 이성복 선생께서 쓰신 시를 한편으로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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