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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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3회 작성일 17-10-25 04:33본문
신성 / 배한봉
남은 음식 모아놓은 통에
닭들이 머리를 박고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저 닭들이 갈겨놓은 똥은
채마밭 거름이 될 것이다.
닭은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고,
채소는 닭똥거름을 먹고,
사람은 닭똥으로 기른 채소를 먹는다.
이것이야말로 신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신성이 하늘 저 어디쯤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누구에게
저처럼 무심한 듯 환한 신성이었을까,
이름을 걸어놓고 인생에게 물어본다,
꼬꼬댁꼭꼭, 닭들이
알을 낳고 돌아와 다시 잔반통에 머릴 박는다.
* 배한봉 :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우포늪 왁새>외
# 감상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 같은, 부처님 같은 신성이 있다는 잠언
한 수 본다
더러운 닭똥에서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함을
본다
眞智(진짜 지식, 즉 밥)가 똥이 되고 똥이 진지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진리요 자연의 섭리는 것을 일깨워준다
- 나는 누구에게
- 저처럼 무심한 듯 환한 신성이었을까,
안도현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얼른 생각이 난다
-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 너는 누구에게 따뜻한 적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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