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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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26회 작성일 17-11-20 10:56본문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시집『뜰 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지혜, 20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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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재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살아있다는 것, 하는 일이 비록 보잘 것 없을지라도 살아서 무엇인가 하려고 애쓰는 것으로만도 생명은 경외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민들레는 하수구 슬러지에도 꽃을 피운다. 척박한 환경에 피우는 꽃 한 송이가 감동을 주고 각종 오물로 뒤덮인 먹을 거 없는 서울에서 만나는 제비가 반가운 것은 그들이 생명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엇으로 그들을 멈추게 하고 누군가를 다시 걷게 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숙제죠.해결할 수는 없으나 읽어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인정과 이해.(__)
강북수유리님의 댓글의 댓글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존재의 부재가 늘 숙제이기는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