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 이경림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47회 작성일 17-11-23 03:23본문
不眠, / 이경림
지붕 위에서 고양이들이 달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불현, 찾아오는 이런 침묵
방금 뭔가 분명 사라졌다
그 자리가 시퍼렇게 퍼득거린다
누가 이밤에 생선을 굽고 있다
독하다
어느 생이 타는 냄새
어디로도 가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 길
없는 길의 허리를 어루만지니
다섯 살 계집아이 볼떼기 같은 죽음이 말랑거린다
미등을 끄고 이불 속으로 저쪽을 구걸하러 들어간다
손바닥만한 이불의 속이 광활하다
오래된 청동거울처럼
차고 컴컴하였다
대체 누가 버린 잠이 이리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는가?
초침소리가 무섭게 가깝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밤새 드나들었다
끝내 바람 불었다
머리카락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오소소 소름 돋은 꽃 한 송이
검은 유리에 찬란하다
* 이경림 :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 생각
나이가 들라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자주있다
불면은 참 고통이다 텔레비를 봐도 재미없고 말똥말똥 야속하게 시간이 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냉수 한 사발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조용히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것이다
- 토끼풀 오롯이 피어있는 파란 잔디벌판 뒹글고 싶다
- 달빛 둥글게 어리는 큰 강변 모래사장 달리고 싶다
- 그리움은 다시 그리움이 되어 어렴풋한 그대 모습
- 나뭇잎 흔들어 대는 바람처럼 내 마음 자꾸 흔들어 대고
- 외쳐 보고 싶다 그 그리움을 달빛 아래 흐르는 저 강을 향해서
- 까마득 그대 모습 잊혀질 때까지
- 황혼이 되면 외로움이 더 할 텐데
- 그대 생각나면 어찌 하지요
- 그대 그리워지면 어찌하지요
- 세월이 흘러도 잊지 말아요
- 내가 불러주던 노래도 잊지 말아요
한 행 한 행 여기 까지 더듬고 있는데
창 밖에서 환하게 날이 밝아온다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면에 몸 뒤척이다 창밖에 햇살이 꽃처럼 피어난 아침을 마주하는 사람은 아직 행복하다 느껴야 겠지요.
깨어있는 몸으로 인해 느끼는 온갖 상념과 감각,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 더 심해진 통증은 역설적이게도 아직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 먼저 떠나간 이들이 비워준 자리는 살아있는 자가 단순히 공간으로 채우라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이 밤의 불면은, 느끼고 연습하고 펼칠 한 밤의 준비일 테지요.
기인 밤 만큼 오늘 맞는 시간들은 낭비없는 값진 시간이 되었으면.(__)
湖巖님의 댓글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지 섣달 길고 긴 함박눈 내리는 밤
화롯가에 앉아 고구마 구워 먹으며 잠 못이루던 시절이 생각 납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