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나뭇가지 / 고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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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99회 작성일 17-11-28 03:05본문
내부의 나뭇가지 / 고형렬
새 한 마리가 내부의 나뭇가지에서 탈출을 시작했다
나뭇가지는 자라면서 새의 탈출을 방해한다
나뭇가지에 앉기를 가지들은 바란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날카로운 가지들은
새의 발에 딱 맞게 자랐다
그 어디에도 앉을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퍼져 있었다
아침마다 햇살까지 들어왔다
퍼지지 않고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래도 새는 그 나뭇가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이 나뭇가지 속에서 눈을 맞고 비를 맞고 살았으면서
그 나뭇가지를 탈출하고 있었다 오늘까지
몸부림은 저놈의 구조와 질서 안에서 벗어나려는
하나의 죽음 충동 같았다
나뭇가지에서 벗어난 새는 다시 생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는 새가 호루라기처럼 울고 있다
아마도 그가 떠난 뒤, 그 나무는 죽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 흔적이 인간의 내부에 남아 있다
그대의 나여, 검수(劍樹)의 나뭇가지에서 벗어나라
* 고형렬 : 1954년 강원도 속초 출생,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청봉 수수밭>외 다수
# 감상
- 아침에는 새가 호루라기처럼 울고 있다
- 아마도 그가 떠난 뒤, 그 나무는 죽었을 것이다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면서 내 서정은 위 두 행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내부 나뭇가지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겪는 올가미, 족쇄, 또는 디딤돌,
다시말해 인간의 굴레인 것이다
인간은 관습, 체면,등 생활화 된 버릇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틀을 바꾸려는 노력은 해봐야 하지않을까?
나도 내부의 나뭇가지 바꿔 보려고 山寺 생활을 쬐끔 한 적 있었지,
무한 세월의 풍광이 명부전 처마 끝에서
천 년 풍경소리에 녹아 댕그렁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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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도 마친 스님이 범종을 치니
선잠 깬 종소리 서둘러 아침공양 떠나고
산사 위 솔숲 사이로 햇살 한 줄기 튕겨서
쨍- 하고 절벽 아래로 내리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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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문명의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은자는
그 어리석음 후회하지 않을 듯
돌멩이 하나 들어 힘껏, 허공에 던진다
- 졸작 <산사의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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