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 함기석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 함기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7회 작성일 17-12-05 08:54

본문

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함기석

 

흉부가 기타로 변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늙은 몸을 조율하고 있다

심장을 지나는

여섯 개의 팽팽한 핏줄들

 

눈을 감고 첫 번째 줄을 끊는다

금세 깨질 것만 같은 울림 통에서

새들이 날아오르고

핏물이 저음으로 흐른다

 

기억의 동맥으로

망각의 정맥으로

심장 아래

시간의 텅 빈 자궁 속으로 흐른다

 

여자는 어둠을 안으로 삼키고

두 번째 줄을 끊는다

음의 물결 사이로

죽은 아이의 얼굴, 말들의 울음이 떠돌고

구름이 흘러나온다

내장이 훤히 비치는 구름

 

마지막 줄을 끊자

아이가 잠든 숲, 숯보다 어두운 숲의 지붕으로

연못이 떠오르고

여자의 몸이 묘비처럼

밤의 낮은음자리표 쪽으로 기운다

 

시간이 타버린 얼굴엔

검은 반점들이 추상 문자로 남아 있고

핏줄은 점점

소리 없는 음이 되고

샘의 늑골 밑으로 어둡게 번져간다

 

신음 속에서 0 번 줄을 퉁긴다

울림통 가장 밑바닥 샘에서 통을 깨는 음

침묵이 흘러나온다

아이가 기르던 은빛 물고기들이 나와

공중의 연못으로 헤엄쳐가고

시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0 시의 바깥세계로 날아간다

 

하늘엔 주름진 바위

누가 악사의 혼을 저 어둡고 축축한 천공에 옮겨놓았을까

기타에 붙은 두 손이

흰 새가 되어

숲의 적막 속으로 무한이 날아간다

 

# 감상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황홀한 청각적 감각과 시각적 감각이 여인의 몸을 울림통으로

   해서 튕겨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인이 줄을 튕기는 것이 아니라 끊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소멸(죽음)

   과도 관계가 있는듯 하다

   눈을 감고 첫 번째 줄을 끊으니 기타 음이 핏줄을 타고 기억은 동맥으로 망각은 정맥으로

   시간의 텅 빈 자궁 속으로 흐른다

   어둠을 삼키고 두 번째 줄을 끊으니, 죽은 아이의 얼굴, 말들의 울음이 떠돌고 내장을 비치는

   구름이 흘러나온다

   마지막 줄을 끊자, 여인의 몸이 묘비처럼 밤의 낮은음자리표 쪽으로 기운다

   여인은 또 신음 속에서 0 번의 줄을 퉁기는데, 이는 침묵의 세계에서의 활동을 말하는듯 하다  

   은유의 폭이 넓어서 구태여 화자의 정확한 의중을 읽으려 할 필요없이 독자의 느낌 그대로

   운율을 타고 즐겨보는 것이도 좋을듯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9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7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1 11-28
37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26
37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11-26
37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11-26
37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1-26
37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11-25
37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11-24
3756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11-24
375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2 11-23
375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11-23
375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11-22
37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11-21
37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11-21
37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11-21
37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0 11-21
3748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1-21
37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11-20
37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1-18
37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11-18
37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11-18
37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1 11-18
37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11-17
3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11-17
37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11-16
37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11-16
37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1-15
3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1 11-15
37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1-15
373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1 11-15
3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11-14
3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11-14
3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11-14
37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11-14
37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 11-13
372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1 11-13
3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1-11
3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11-11
37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11-11
37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11-10
37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11-10
3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11-07
3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07
37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11-07
37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 11-07
371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2 11-07
3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11-06
37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1-06
37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11-06
37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11-05
37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11-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