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우시장 / 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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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1회 작성일 17-12-09 01:48본문
새벽 우시장 / 박후기
무심한 발길에
노랗게 핀 달맞이꽃이
이슬에 젖은 몸을 툭툭 턴다
달은 기울고
함편 기산천 긴 방죽 위로
소 울음소리 가득 실은 트럭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에 코를 꿰인 체
죽음을 향하여 이끌려 가는 것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손들이
코뚜레를 잡아당긴다
새끼를 잃은 어미 소가
왕소금 같은 눈물을 흘리고
소매를 걷너붙인 수의사의 긴 팔이
암소의 자궁 속,
수렁처럼 깊은 곳을 더듬는다
팔려가는 소들의 서글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소머리 국밥을 먹는 우시장의 아침
죽어가던 소의 눈물이 배어 있는지
국밥의 국물이 짜디짜다
# 감상
- 살아간다는 것은
- 시간에 코를 꿰인 체
- 죽음을 향해 이끌려 가는 것
팔려가는 우시장의 소들의 모습에서 인간사의 모습을 본다
소를 팔고 산다는 우시장, 새벽 인력시장에서 어디로 팔려갈 것인가
담배 꽁초를 비벼끄는 일일생활 노동자의 아픔을 본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보았듯이 예부터 소는 인간과 고락을 같이 한 영물,
인간의 야멸참에 의하여 정든 새끼와 헤어져야 하는 어미소의 슬픔,
왕소금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서글피 울어대는 소의 울음소리 지금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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