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바위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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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4회 작성일 18-01-16 01:43본문
독바위 / 전동균
소나무 아래 서 있다
비를 맞고 서 있다
어떤 싸움이 지나갔는가
시커멓게 탄 짐승 뼈 같은
나뭇가지들, 만지면
재가 되는 울음들
또 무엇이 오고 있는가
어스름이 우산처럼 펼쳐져도
제 목을 찌를 듯 번쩍이는
침엽의 눈들
사랑은 부서졌다
나는 나를 속였다
독바위, 혼자인 저녁은 끝없고
몇천 리씩 가라앉고
흩어지고
젖이 퉁퉁 분 흰 개가 지나갔다 헛것처럼
이글이글
빗줄기만 서 있다
* 전동균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1986년 <소설문학> 으로 등단
시집 <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등
# 감상
비 쏱아지는 소나무 아래 홀로 서서 현실과 상상 속을 헤맨다
한바탕 지나간 빗줄기 속에 을씨년스런 분위기에 잠겨있는데
쓸쓸한 마음 속으로 무엇인가 빗줄기처럼 지나가고 있다
나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나를 뒤돌아 본다
못다한 말 못다한 울음을 삼키며 지금까지 내가 나를 산것일까?
나를 여기까지 오게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생각은 집중 되고
헛것처럼 눈동자 밖에서 젖통이 퉁퉁 분 흰 개 한 마리 지나가고
장대 같은 빗줄기 속에 독바위처럼 서서 화자는 술회 한다
- 사랑은 부서졌다
- 나는 나를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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