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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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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하얀 민들레 / 조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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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1회 작성일 18-0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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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들레 / 조미자


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버릴 것 찾아 창고를 뒤지다 마주친
전기밥솥, 점잖게 앉아 있다
보름달처럼 둥실한 몸통에 앉은 키도 의젓한 십인 용
그만은 해야 두 애들 도시락에 남은 식구 점심이 되었지
오로지 취사와 보온에만 속을 달구던 것이
쥐 빛 머리 위로 먼지가 뽀얗다

저녁에 쌀 씻어 앉혀 놓고
새벽에 단추만 살짝 눌러 주면
밥물 넘을 걱정 없이 단잠 한숨 더 재워 주고
추운 겨울 따시게 밥 품어 주던
저것이 언제 창고로 밀려 났더라?

쌀도 웬만한 열로는 응어리가 안 풀려
압력으로 암팡지게 열을 올려야
찰진 밥이 되는 세상에서
찰기 없는 밥 품고만 있던 어느 날
날벼락 맞듯 창고로 밀려 났으리라

오늘도 청암 양로원 담장 밑엔
나란히 나부끼는 하얀 민들레들





<문학세계>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
<길이 되어 누워보니> 等


-------------------------

<감상 & 생각>

지나간 세월을 말함에 있어서
그 '진술' (시적 구성)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점이 좋다

시인이 제시하는 '시적 공간' 또는 '詩語'가
안겨다 주는 고요한 회상(回想)이 '전기밥솥'을 통하여,
그 어떤 잔잔한 관조(觀照)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무리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

한때는 정겨운 식구들의 체온이 자리했던, '전기밥솥'

요즘의 성급한 '압력밥솥'에선 찾을 길 없는,
따스한 보온(保溫)의 정겨웠던 옛 시절

세월이 흐른 후에, 이제 그것은
다만 고운 추억의 이름으로 창고에 자리한다

마치, 양로원 담장 밑에서
덧없는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처럼...

生에 대한 시인의 꾸밈없는 자각(自覺) 혹은, 자세 및
시인 자신까지를 포함한 사물에 대한 깊은 면을
읽게 해주는 정갈한 詩 한 편이란 생각이다


                                                           - 희선,






* 사족


(감히) 시에 관한 한 생각을 꼽아보자면..


시라는 건 意識 속에서 삶의 예술로서 말(言)을 발굴하는 작업이란 생각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식세계가 날로 치밀해지고 복잡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첨단의 시류(詩流)는 <말의 발굴> 대신에 <말의 은닉>을 꾀한다는 느낌마저 들고..


그러다 보니, <시읽기>가 마치 무슨 암호 푸는 것처럼 되어
시인들조차 <시읽기>가 꺼려지는 판에 일반대중들은 어떠할까


평범하면서도 구수한 시..


저만 해도 사실  이런 시를 쓰고픈데, 정말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남들 읽기에 어려운 시를 쓰는 게 훨 쉽다는)


그 누구에게나 보편적 감동으로 와 닿는 시..


정말, 그런 시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이 메말라 가는 이 척박한 시대에 필요한 시가 아닐런지
(위의 조미자 시인님의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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