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항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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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3회 작성일 18-07-19 04:56본문
북 항 (北港) / 권대웅
목련이 핀다
꽃 속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정박해 있던 배가 하늘로 떠난다
깊고 깊은 저 먼
꽃의 바다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
오도 가도 못하는 마을에
백발(白髮)의 노모가 혼자서 저녁을 짓는다
들창 너머 목련나무로 배가 들어온다
겨우내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말이 터진다
나무에 수없이 내리는 닻
저 구름 너머에서 들어오는 배와
통음(通音)하던 하얀 눈송이들이
펑 펑 운다
떠나는 곳이 있고 돌아오는 것이 있지만
이 세상에 항구는 단 하나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봄 항구에 꽃이 핀다
* 권대웅 : 1962년 서울 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양수리에서> 당선, 시집 <당나귀의 꿈> 외
# 감상
일상적 항구의 모습에서 시의 포에지를 꺼내놓는 솜씨가 참 즐겁다
항구에 핀 목련꽃은 뱃고동만 먹고살아 꽃 속에서 고동소리 들리고
정박해 있던 배가 하늘로 떠나는 꽃의 바다
목련꽃과 뱃고동 소리가 어울어져 아름다운 공감각을 흠뻑 발산하고 있다
눈 내려 쌓여 오도 가도 못하는 마을에 노모 혼자 저녁 짓는 쓸쓸함은
마음 속 깊이 내포 되어 있는 화자의 정념이렸다
들창 너머 목련나무로 배가 들어오고 나무에 수없이 내리는 닻
떠나는 곳이 있고 돌아오는 것이 있지만 이 세상에 항구는 단 하나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봄 항구에 꽃이 핀다
해지면 떠난 곳으로 되돌아 오고 싶은 귀소본능(歸巢本能)의 법칙, 즉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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