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키운 섬 /최삼용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도시가 키운 섬 /최삼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18-08-11 08:58

본문

 

도시가 키운 섬

감천마을

 

최삼용

 

 

비탈길 뒤뚱이며 기어 오른 마을버스에서 내려

까마득한 돌계단을 터벅터벅 오르면

마주 오는 사람 비켜가기 위해 잠시 된숨 놓아도 되는

그래서 노곤이 땟물처럼 쩔어진 골목은

이웃집 형광등 불빛까지

남루가 고인 저녁을 달랜다

 

액땜인 양 보낸 하루로 얻어진 고단을 뉘려 정처에 들면

허기를 부은 양은냄비의 끓는 물속에서

울혈 닮은 듯 스프물이 벌겋게 우려나고

몸을 부풀리는 라면발 따라 가난의 죄까지 부풀린다

 

하느님과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서 살기에

믿음 약해도 하느님을 빨리 만날 것 같은 도시가 키운 섬

가난을 실패를 혹은 게으름을 혀끝에 단 채

휘황한 도심을 발로 밟고서 우리가 산다

 

 

 

하늘(2015. 여름)

 

 

 

  홀로 산행을 하며 삼각산(북한산) 능선과 골짜기 곳곳을 탐방할 때였다. 갑자기 서울 도심의 경치를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도심 속의 산 인왕산이 가고 싶었다. 정상에 올랐다가 서대문 쪽으로 하산을 한 적이 있었다. 내려와서 보니 개미마을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한국 전쟁 이후 삶의 터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산비탈에 천막을 짓고 살면서 형성이 되었다고 한다. 천막들이 무허가 판자촌으로 되었다가 몇 번의 철거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은 주민들에게 땅을 불하하고 지금의 마을로 변했다고 한다. 벽화마을로도 유명한데 나중에 영화도 보았지만 홍제동 개미마을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탄광촌 산골 산동네에서 자라 서울의 거대한 도시는 그야말로 좋은 집과 번듯한 거리만 있는 줄 알았다. 처음 서울에 와 지인들을 따라 만리동 꼭대기와 삼양동 달동네를 보고는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나 잠시 충격의 혼란이 왔었다. 그런데 어디 이런 마을이 서울뿐이겠는가. 도시가 키운 섬들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새가 독수리에 쫓기듯 변두리로 변두리로 밀려난 인생들, 누가 달동네에 살고 싶어서 이곳이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 붙어 있고 싶어서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을 누구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되겠지만 노력해도 안 된다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제도를 고쳐 나가야할 것이다.

   

  좋은 시는 발견에서 온다고 한다. 이 시는 달동네를 도시가 키운 섬으로 발견을 한 것이다. 달동네라는 현상 너머를 본 것이다. 그러나 발견한다고 해서 다 좋은 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로서의 조건, 내용에 따른 어조와 이미지와의 유기적인 관계, 좋은 비유의 표현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가 키운 섬에서 피워 올리는 사람 사는 냄새가 달콤하다.

 

 

하늘

http://cafe.daum.net/sihanull/2qnJ/2573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2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16
4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6
40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1 05-16
40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15
4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15
4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05-14
40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5-14
40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5-13
4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5-12
4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12
40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1
4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5-10
40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5-10
39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5-09
39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9
39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5-08
3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5-08
3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07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7
39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5-06
39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5-06
3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5-04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5-03
3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5-02
39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5-01
39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4-30
39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4-30
39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9
39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29
39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28
398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04-28
39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4-26
39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4-26
39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4-25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4-25
39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24
39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04-24
39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4-23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4-23
39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4-23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4-22
39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4-22
39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4-21
39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1
39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21
396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4-20
39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4-20
39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4-20
396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20
39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4-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