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다/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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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6회 작성일 18-08-20 09:40본문
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프로필
백무산 : 경북 영천, 이상 문학상, 만해 문학상 수상, 시집[길 밖의 길]외 다수
시 감상
제목 그대로다. 그런 날 있다. 내가 살아있기는 하는가? 시쳇말로 난 누구? 여긴 어디? 라는 말과 같은 날이 있다. 분명 햇살은 그대론데,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내 그림자는 여전히 나와 동행하는데, 햇살도, 서쪽도, 그림자도 모두 생소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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