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 길상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씨감자 / 길상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1회 작성일 18-09-03 23:31

본문

씨감자 / 길상호

 

 

 

 

     *

     숨소리가 끊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마다

     검푸른 싹이 돋아 있었다

 

     장의사는 공평하게 당신을 쪼개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

     명치에 묻어둔 한 조각 당신이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꺾고 또 꺾고

 

     *

     당신의 무덤을 짓고 난 후로

     두 눈은

     소금으로 만든 알약

 

     사는 게 밋밋해질 때마다 깨뜨려 찍어먹는

 

     *

     검버섯이 번지던 한쪽 볼을,

     파랗게 멍이 든 무릎을,

     딱딱하게 굳어가던 뒤꿈치를,

     오늘도 썩은 감자처럼 당신을 도려내다 보니

     남은 새벽이 얼마 되지 않았다

 

 

 

鵲巢感想文

     필자는 감자를 좋아하지만, 감자를 자주 심어보지는 못했다. 소싯적에 아버지께서 씨감자를 밭에다가 심는 것을 보았지만 말이다. 그 후 싹이 트고 지심을 뽑고 약과 비료를 주며 길렀다. 감자를 캘 때 주렁주렁 달린 물건을 보면 그냥 좋았다. 굵고 실한 것을 보면 좀 더 단단했으면 하고 마음을 가져 본 적 있다. 아버지는 수확의 보람을 만끽하셨다.

     숨소리가 끊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마다 검푸른 싹이 돋아 있었다. 장의사는 공평하게 당신을 쪼개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감자처럼 세상에 나와 알곡이 되어야 함을 아버지는 그렇게 묵묵히 몸으로 보여주셨다. 누런 씨감자는 누렇게 허연 씨감자는 허옇게 그러나, 근본을 깨뜨리기에는 어려웠다. 세상은 어쩌면 땅 속과 같다. 혼자 썩어 들어가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뿌리는 더욱 단단하게 새로운 무덤을 짓는다.

     사는 게 밋밋해질 때마다 열어보고 깨뜨려보고 약간 돌려서 찍어먹는 재미까지 어쩌면 고독을 잠재우는 일이다. 그렇게 검버섯을 피웠다. 파랗게 멍이 든 무릎을 본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뒤꿈치처럼 점점 굳어가는 것을 보면 가판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명치에 묻어둔 한 조각 당신이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꺾고 또 꺾었다. 알고 있는 일일수록 더욱 명치에 가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세상을 얘기할 수는 없다. , 바람, 구름, 안개와 같은 여러 일을 겪고 발굽과 날개를 거치며 소금 끼 어린 진실만이 굵고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虧盈益謙*이라 했다. 하늘은 오만한 자를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한 자를 도와준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세상을 그렇게 묵묵히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사물을 보았다. 어떤 일도 겸손하게 이겨내셨다.

     詩 씨감자를 본다. 감자처럼 단단한 이 한 편의 에 꼭 내가 장의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

     길상호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天道 虧盈而益謙 地道 變盈而流謙 易經 하늘의 도는 오만한 자를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한 자를 도와주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여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09-07
6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09-07
6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20
6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6-18
6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6-16
6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6-16
6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6-13
6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6-13
6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6-09
6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06-07
6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5
6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6-05
6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6-03
6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5-31
6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31
6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5-29
6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05-29
6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27
6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24
6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23
6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1
6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5-21
6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19
6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5-18
6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7
6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5-16
6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15
6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5-14
6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12
6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5-12
6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5-10
6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5-10
6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5-08
6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5-08
6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05-06
6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5-01
6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29
6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4-29
6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4-26
6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4-26
6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6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4-24
6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4-13
6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4-13
6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13
6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08
6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4-04
6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4-04
6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4-02
6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4-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