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남자 / 김미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안개남자 / 김미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18-09-06 23:05

본문

안개남자 / 김미정

 

이것은 한 여름 밤 번개를 만드는 바람의 손이며

그 손을 꽉 움켜쥔 안개, 그 마지막 눈빛을

기억하는 한 남자의 고백이다

 

 

 

     69사이 안개가 가득하다

 

     거꾸로 매달린 빌딩 사이로 한 남자가 떠가고 있다 안개에 손목을 넣고 흔들자 빌딩의 벽과 창이 휘어진다

 

     눈동자, 안개의 피를 수혈하는 눈동자가 다가온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때마다 휴대폰에서 희뿌연 골목이 흘러나오고 네가 보낸 문자를 읽을 수가 없구나

 

     손바닥을 펴서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일을 생각한다 막다른 햇살은 어디로 갔나요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을 세어 봐요

 

     빌딩을 덮은 거대한 동공이 소리친다 태양을 가린 안개가 지나, 지나갑니까

 

     내일이 뚝뚝 끊어져 내린다 흘러내리는 표정일까 손바닥이 젖어버렸어

     남자는 미끄러지는 모래알을 던져버린다

     태양이 그림자를 끌고 날아간다

 

 

 

鵲巢感想文

     詩를 읽고 있으면 순간 수수께끼 같은 골목을 걷는 기분이다. 안개 남자를 생각하다가 69 사이를 맴돈다. 빌딩과 물방울 그리고 안개의 피, 수혈은 또 무엇이고 희뿌연 골목은 어디를 가리키는 것인가 하며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거저 나와 너, 그러니까 그리고 지면을 걷는 한 남자가 떠오른다. 그는 마치 안갯속을 거닐며 현실을 잊으려고 했다. 빌딩 같은 이상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 손목을 넣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머지 손과 손가락을 그리며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자 어느새 시간은 흘러 햇볕이 든다. 태양이 조금씩 뜰 때 안개는 사라져 가고 이미 잃었던 손과 손가락도 마저 그린다. 태양은 그 그림자를 깡그리 끌고 갔다.

     더디어 머리가 맑았다.

 

     詩를 읽고 있으면 문턱을 넘는 개미가 생각난다. 며칠 전에 아스팔트와 자갈의 경계에서 죽은 두더지가 생각난다. 개미들의 잔치였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두더지였다. 며칠 지나 가보니까 곰팡이만 슬어 있었다. 그 난리를 치던 검정 개미는 한 마리도 없었다.

     詩는 온전한 성체다. 다 지어 놓은 원룸 건물이다. 손바닥이 다 젖도록 쓰는 필력이다. 나만 빤히 들어다 보는 눈동자다. 그 위에 수혈하는 우리는 또 다른 눈동자다. 식탁에 앉아 기다려지는 점심 같은 것이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들고 밑반찬 하나씩 집으며 김치찌개를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이 동네 불이 났다. 내가 앉은 식당 바로 옆집이었다. 아니 앞집이었다. 직선으로 바라보는 거리니까 그러니까 거리는 쫄깃하다. 소방차가 뜨고 경찰차가 동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불난 원룸 건물을 바라보았다. 연기만 뽈뽈 났다.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방차가 딱딱하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연기는 유동적이며 진동과 전율을 몰며 흩어진다. 소방차는 빨간색, 연기는 회색 마치 안개처럼 많은 것을 지웠다.

     벽과 창을 뚜렷이 보기 위해 물을 뿜는다. 점점 드러나는 문자,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 태양은 떴으므로 는 명확하다.

 

     春禽其鳴也和悅, 秋蟲其鳴也凄悲, 是氣使之也. 唐虞之文渾灝, 叔季之文浮靡, 其於氣何哉?

     춘금기명야화열, 추충기명야처비, 시기사지야. 당우지문혼호, 숙계지문부미, 기어기하재?

     봄날 우짖는 새는 그 울음이 평화롭고 기뻐야 가을벌레의 울음은 처량하고 슬프니, 이것은 기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야 요순시절의 글은 깊고도 드넓었으나, 후세의 글은 가볍고 꾸밈에만 힘썼으니, 그 기운이 어떠하랴!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의 글이다. 더는 덧붙일 글이 없다만, (fun)을 지향하는 시학 세계와 여야 할 것 없이 올드보이가 판치는 정치다.

 

=============================

     김미정 2002년 현대시 등단

     凄처 쓸쓸할, 우 염려할, 혼 흐릴 뒤섞일, 호 넓을 깊다, 미 쓰러질, 唐虞당우=중국(中國)의 도당씨(陶唐氏)와 유우씨(有虞氏). 곧 요와 순의 시대(時代)를 함께 이르는 말로 중국(中國) 사상(思想)의 이상적(理想的) 태평(太平) 시대(時代)로 치는 시대(時代)叔季수계=끝의 형제 막냇동생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8 1 07-07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3-22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0 09-21
41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 09-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