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18-09-17 04:06

본문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탑(塔)을 말하는 일은 탑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탑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날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을 가지 않고 묵은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탑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을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 신용묵 :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8년 제2회 시작문학상, 2015년 제14회 노작문학상,

               2017년 제18회 현대시작품상, 제19회 백석문학상 수상

 

< 감 상 >

화자는 우리 삶의 이면에 숨어 있는 비의를 불교적 사유와 연결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단단한 검은 돌, 무너질 수 없는 공든 탑, 그리고 잠 잘 때도 눈뜨는 물고기의 이미지에서 

수행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스님의 모습에서 우리 인생사의 끝없는 노력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화자는 바람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그래봐야  모든것은 허사라는 것   

천년을 묵었어도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날개도 달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인간은 인간 숙명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

대나무가 자라서 새가 날아와 앉는다 해도 그것은 바람의 흔적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고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우리 인생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즉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허무인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9건 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0 10-19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10-14
41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0-06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10-05
411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 10-04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1 10-02
41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0 09-21
410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3 0 09-17
41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 09-15
41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 09-13
41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 09-09
41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09-09
41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09-09
41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9-09
41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9-09
40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09-08
40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09-07
40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9-07
409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 08-31
4095 온리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8-27
40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 08-24
40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8-17
409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08-10
409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 08-08
409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08-04
40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 08-01
408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 07-27
4087
신발 =장옥관 댓글+ 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7-23
40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0 07-20
408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 07-13
40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 07-07
408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07-06
40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07-01
40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7-01
40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06-29
40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6-28
40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6-28
407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6-27
40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06-27
40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6-26
40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6-26
40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6-25
40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6-25
40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6-23
40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 0 06-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