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醜聞 / 김은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추문醜聞 / 김은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18-09-22 23:29

본문

추문醜聞 / 김은상

 

 

 

 

     이를테면 구석은 나비를 품고 있다

     벽은 벽으로 흘러가기 위해 제 몸을 꺾어 스스로 구석이 된다

     구석에서 꽃처럼 앉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희망이나 행복, 사랑 같은 말들이 얼마나 연약하게 화들짝 지는지를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고 다정한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리라는 다짐이 있었지만, 삶은 언제나 맹세와 무관하게 사라졌다 하여 구석은

     글썽이는 비밀들의 성소聖所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구석으로 모여들었다

     벽을 치며 가난에 찌든 부모를 원망하거나 빚을 재촉하는 채권자를 저주하기도 했지만 비밀이 추문이 되는 순간 구석은 더욱 단단해졌다 가령, 친구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여자의 이야기 같은,

     어떠한 소문이 사실과 일치한다 해도 열매가 달콤하다 거나 혹은 떫다고 말하는 세간의 비평은 한 세계의 구석을 맛본 것이 아니기에 용서가 가능하다

     자신의 비루함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내부를 향해서만 날카로워지는 구석들

     어머니의 주름, 나무의 주름, 물의 주름처럼,

     깊은 것들은 그 속을 알 수 없다

     구석에서 울다가 잠든 새벽 한쪽 날개를 다친 나비가 기우뚱거리며 날아가는 공중을 본다

     너에게로 날아가도 닿을 수 없는 저기에 저, 서러운 구석들

     용서라는 말을 요구하지 않는 구석에 쥐가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꽃을 피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닮은 너의 환한 구석이다

 

 

 

鵲巢感想文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추잡醜雜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구석의 상황과 형태와 그 본질을 모르고 구멍을 뚫는 일은 말이다. 구멍을 뚫고 바라본 그 세계는 단지 환하다. 순간에 닿는 그 빛에 그 내면을 파악하기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벽과 같아서 벽처럼 벽으로 흘러가 닿는 곳 제 몸 스스로가 구석이 된다. 우리는 그 구석에서 희망과 장래를 생각하며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피운 꽃은 또 만인의 구멍이자 나비를 품고 구석이 된다.

     어쩌면 이건 성소聖所.

     구석에서 꽃처럼 앉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삶의 고통, 말할 수 없는 것들 다시 말하면 부모를 원망하거나 빚을 재촉하는 채권자를 저주한다거나 친구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여자의 이야기 같은 믿기지 않은 일처럼 우리의 현실은 구석으로 몰고 이러한 삶의 비루함을 견디고 내부를 다지고 더 날카로워져야겠다며 맹세한다. 이러한 비밀이 추문이 되는 순간 구석은 더욱 단단해져 간다.

     온갖 고통을 이겨내며 살았던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와 같은 주름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거저 하늘만 바라보고 선 나무, 나무와 같은 주름 그 어떤 위압과 순리를 거역한 일 없이 오로지 낮게 더 낮게 더욱 밑바닥을 갈구하며 흐른 저 물, 물과 같은 주름의 세계는 어찌 한낱 인간이 알 수 있으랴만, 구석은 우리를 보듬고 한쪽 날개를 다친 나비로 기우뚱거리다가 날아가는 희망을 품는다. 공중을 본다. 다시 서러운 구석을 본다. 용서다.

     누가 또 저 구석에 구멍을 뚫고 있다.

     어쩌면 내가 쓴 이 글에 나를 닮은 어떤 구석이 환하게 웃겠다.

 

     上善若水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之所惡처중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 도덕경 8장에 나오는 말이다.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다투지 않는다.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머물고 그래서 물은 도에 가깝다.

     삶의 처세다. 자기를 낮춰야 한다. 한없이 낮추고 살아야 한다. 결국 바닥에 내려놓는 이 문필의 힘이 도로 나를 더 건강하게 하고 마음 편히 놓는 일임을 말이다.

 

=============================

     김은상 1975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 2009년 실천문학 등단

     지면 관계상 시 행 단위를 임의로 줄였다. 시인께 양해 바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56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7 07-07
156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 08:54
15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04:16
15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 00:20
15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12-10
15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2-09
15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12-08
15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12-08
15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2-08
15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2-07
15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2-07
15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2-06
15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2-06
15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2-05
15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2-05
15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12-05
15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2-04
15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2-04
15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2-03
15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2-03
15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2-02
15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2-02
15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2-01
153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12-01
15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2-01
15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12-01
15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1-30
15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1-30
15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1-29
15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11-29
15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1-29
15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1-29
15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1-28
15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1-28
15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1-28
15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1-28
15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1-27
15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1-27
15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1-27
15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1-26
15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1-26
15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1-26
151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1-26
15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1-25
15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1-25
15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1-25
15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1-24
15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1-24
15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11-24
151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1-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