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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우리의 얼굴 /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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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8-09-25 23:01

본문

우리의 얼굴 / 김중일

 

 

 

 

     우리의 얼굴을 이야기하려면 / 등을 이야기 안 할 수 없겠습니다. / 뒤돌아서서 멀어져 가는 상대의 등을 / 응시할 때, / 우리의 얼굴은 비로소 완전히 / 정직해지기 때문입니다. / 우리의 얼굴이 이 계절 한 장의 잎이라면 / 그 뿌리는 두 다리도 배꼽도 가슴도 아니라 / 등에 묻혀 있습니다. / 등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는 / 돌아가는 내 등을 바라보는 너의 솔직한 얼굴이 / 궁금했습니다. 너의 첫 눈빛은 / 내 등 위로 홀씨처럼 날아와 / 내 등속에 뿌리내리고 / 내 목을 곧게 뻗어 올려 / 내 얼굴을 피우고 표정을 뿜어냈지요. / 내 얼굴 위에 벌과 나비와 / 마땅한 이름 없는 날벌레처럼 / 눈 코 입 귀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 그리고 잠시, 사람의 시간으로는 평생을 /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 눈 코 입 귀가 날아가는 곳은 / 길섶 철쭉 같은 불길 속입니다. / 내 얕은 얼굴로는 다 못 받은 너의 슬픔이 / 번번이 넘칠 때마다 / 우리는 등을 맞대고 울었습니다. / 울컥 흘러넘친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 대신 등을 얼굴처럼 맞대고 비비며 울었습니다. / 사월이 지나면 / 너의 눈빛이 피운 내 얼굴도 어둡게 저물 것입니다.

 

 

 

鵲巢感想文

     나이 들면 등 긁어 주는 사람이 최고라고 합니다. 저는 매일 등을 긁고 있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렇다고 바람이 불어도 긁고 긁습니다. 등을 긁음으로써 비로소 솔직한 것은 우리의 얼굴이 보이고 힘들고 어렵고 난처한 것까지 어느 정도는 수용하여 온화한 낯빛을 띄우기까지 합니다. 다만 긁은 것은 긁은 것으로 그쳐야 할 일이다만, 승리의 깃발이라도 꽂듯 내세우는 일은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내면의 안식을 누가 알기나 하겠습니까? 모양이 반듯하고 반듯하지 않으면 반듯하자고 노력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반듯하지 못한 등과 긁어 부스럼까지 생기게 하는지도 모릅니다만 사월이 지나면 내 얼굴은 어둡고 저물어 잊힙니다. 등을 맞대고 울어 보았습니까? 무엇을 더 숨기고 싶으십니까? 등을 보세요. 인간은 상대의 등을 보고 다시 한번 더 등을 긁고 벌과 나비가 날아오듯 눈과 코와 입과 귀가 바르고 곧게 그려지길 바랍니다. 얕고 아주 천박하고 볼품없기까지 한 나의 때, 등을 밀면서 긁어 나아갈 때 순간 빛이었다가 사라질지언정 오늘도 치료책 없는 백신처럼 환자는 시원스럽게 웃고 말 것입니다. 하얗게 핀 병균만이 지배합니다.

     우리 모두 등 긁어 봅시다. 우리의 병은 생각보다 빨리 낫습니다. 하얗게 핀 저 병균을 받아들일 때입니다.

 

     煙雨只應埋六竅

     一雙如月眼看書

 

     영재 이건창의 가락입니다. 추금秋琴(강위, 조선말기 학자 개화사상가)을 처음 보고 지은 시입니다. 안개비로 다만 여섯 구멍을 메워놓고서 달 같은 한 쌍의 눈으로 책만 보네. 책 읽는 선비 강위의 강직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등 긁는다는 것은 굳이 어떤 물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 같은 눈으로 책을 볼 때 문장은 절로 쓰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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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일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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