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죄를 위하여 / 문신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입문-죄를 위하여 / 문신

페이지 정보

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18-10-08 21:43

본문

입문 / 문신

-죄를 위하여

 

 

 

     사과 껍질을 깎기 위해서는 칼자루를 짧게 쥐어야 한다

 

     칼날은

     세상을 동강 낼 기세로 사과를 파고들어야 하고

     과육과 껍질 사이

     서먹한 여지를 남기며

 

     날이 저물어가듯 칼날의 숨을 죽여야 한다

 

     문풍지를 잡아 뜯는 소소리바람도 잦아드는 밤

 

     어느 행성이

     불쑥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처럼

     사과껍질은

     둥근 절망으로 나동그라져야 한다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이 무심코 흘러내리는 사이

     사과의 윤회는

     귀머거리처럼 캄캄해져야 하고

     죽음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당신의 몸은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 쥔 손을 만나야 한다

 

     신혼 방 탁자 위

     나무쟁반에 담긴 사과 한 알과 칼날 얇은 과도가

     정물처럼 흑백이 될 때까지는

 

 

 

鵲巢感想文

     좋은 한 편을 읽었다. 사과와 칼자루와 칼날의 대응이다. 보조관념으로 문풍지와 어느 행성과 그것의 지구 궤도 진입도 있었으며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이 무심코 흘러내리는 일과 귀머거리처럼 캄캄해져야 하는 일을 예시했다. 또 신혼 방 탁자 위 나무 쟁반에 담긴 사과 한 알과 칼날 얇은 과도도 좋은 비유다.

     문풍지는 종이와 어감이 같으면서도 바람막이의 역할을 하듯 어떤 경계의 지점이라 색다른 공간미를 자아낸다. 굳이 더 말하자면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세계다. 그 경계에 문풍지가 있다. 어느 행성이 불쑥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글쓰기를 묘사했다면 그만큼 무게를 실은 뜻이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글이 아니라도 좋다. 무언가 마음을 이끌거나 마음과 비슷한 그 무엇도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사과껍질을 도려내듯 둥근 절망으로 나동그라져야 한다. 본질을 캐기 위한 헛것을 버리는 것이다.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을 보라! 형태와 공간 그리고 색감까지 절묘하다. 여기에 사과를 놓았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이 하루가 사과처럼 맺고 그 사과를 깎고 사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공자께서 말씀하신 조문도朝聞道하면 석사가의夕死可矣겠. 아니 저녁에 도를 들어도 기어코 죽음은 두렵지 않겠다.

     사과를 한 꺼풀 도려낸다.

     귀머리거리처럼 캄캄하다. 도려낸 그 열매다. 죽음으로 우리는 장례의 예까지 치렀다. 문 앞에서 문풍지가 뜨는 그 바람을 꺾고 차안에서 피안으로 넘어갔다.

     이제 우리는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 쥔 손을 만나며 홈런을 쳐야 할 때다. 방망이가 아니라 하얀 공을 보라는 말이다. 신혼 방에 들어가듯 탁자를 대할 때다. 굳은 쟁반 같은 그 속에 영원히 먹을 수 있는 사과 한 점, 아주 얇은 칼날 같은 종이에 정물처럼 흑백 뚜렷한 단도 이도 다완을 만들 때다.

 

     맹자의 말씀이다.

     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如以辭而已矣

     시를 설명한 자가, 글자 때문에 한 구절의 뜻을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되고, 한 구절 때문에 작자의 뜻을 해쳐서는 안 된다. 자기의 뜻으로서 작자의 뜻을 맞이해야, 이것이 얻음이 있다고 했다.

     意는 읽는 독자의 뜻이며 는 작가의 뜻이다. 제주도에 계시는 강** 선생님께서 주신 글이라 여기에 보탰다. 문자에 관한 말씀도 있어 감사하게 읽었다. 讀體字(, 상형자 , )合體字(). 이를 합하여 文字라 한다.

     하여튼, 蛇足이 길었다.

     위 를 설명하기에는 鵲巢는 글이 미천하고 얕다. 詩人가 될 일이다만, 이렇게 쓰는 이유는 공부다. 를 읽는다는 것은 근본적인 목적은 내 마음을 얻기 위함이다. 마음 하나 없이 하루를 닫는다는 것은 無責任이겠다.

 

=============================

     문신 1973년 전남 여수 출생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56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7 07-07
156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 08:54
15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 04:16
15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 00:20
15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12-10
15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12-09
15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2-08
15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12-08
15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2-08
15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2-07
15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2-07
15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2-06
15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2-06
15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2-05
15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2-05
15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12-05
15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2-04
15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2-04
15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2-03
15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2-03
15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2-02
15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2-02
15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2-01
153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2-01
15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2-01
15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12-01
15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1-30
15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1-30
15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1-29
15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11-29
15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1-29
15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1-29
15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1-28
15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1-28
15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1-28
15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1-28
15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1-27
15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1-27
15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1-27
15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1-26
15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1-26
15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1-26
151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1-26
15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1-25
15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1-25
15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1-25
15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1-24
15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1-24
15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11-24
151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1-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