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 정다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무늬 / 정다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양현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회 작성일 18-10-22 21:34

본문

4회 시사사 작품상 수상작무늬

 

무늬

정다인


1
나는 당신을 본뜬 심장을 갖고 싶었다
세상을 훔치는 일정한 리듬과 비유를 가진
당신의 모국어가 되고 싶었다
당신으로 환승하는
레일 위의 기차

피가 흐르는 검붉은 감정을 연습하며
나는 조금씩 당신의 입김이 되었다
당신을 이식하며 달려오는 기차를 마주보고 서 있다
당신이라고 되뇌는 나는 복제된 슬픔

나와 당신,
그리고 나와 당신
도무지 맞춰지지 않는 퍼즐처럼
엎드린 이교도의 멍든 무릎처럼

인화되기 직전의 표정들이 당신을 통과하고
나를 통과하고 마침내 하나가 되는
이상하고도 몽롱한 키스

2
당신과 나는 샴

분리될 수 없는 기형의 아름다움
침범할 수 없는 진공
천천히 녹슬어가는 벽 속의 구부러진 못
너무 많은 것을 주고받고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샴, 기억 상실의 바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 속에서
당신 속으로 빨려 드는 수없이 많은 나
내 속에서 자라나는 끝없는 당신

우리는 흡혈의 절정 속에서 다리가 사라지고
머리가 사라지고 가슴이 사라진다
사라지면서 알게 되는 우리라는
오래된 그물

나와 당신이 뭉쳐 다시 태어나는
낯선 눈빛들, 지나쳐버린 서로의 측면을
늘어놓은 채 서서히 번식하는
피가 흐르는 시간

3
한 걸음만 더 당겨주세요
울컥울컥 피가 쏟아지는 당신의 체온이
나의 야경이 될 수 있도록

어둠 속 체위의 절반은 침묵의 변주
그 안에서 무한대로 번식되고 있는 나와 당신

어둠을 배경으로 흘러넘치는 곡선을 따라
우리는 한 소절 피 묻은 묵음이다

말하지 못하는 눈빛과
말문을 닫아버린 표정을 담고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지나친다
당신 속에서 허물어진 나와
내 속에서 빠져 나온 당신은 뭉쳤다 흩어지는
어둠의 입자들
멀어지면서 사라지는
걸음을 따라 야경은 차가워진다

4
피가 식어가는 당신과 나의 시간 속에서
잉태되는 무의미들,

한 걸음씩 천천히 광활해지는.


ㅡ『현대시』(2018, 6월호)
-------------------------------
정다인 : 경남 진주 출생. 2015년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시집『여자 k』.

.

[감상]

 

당신으로 환승하는 레일 위의 기차

 

당신이라고 되뇌는 나는 복제된 슬픔

 

너무 많은 것을 주고받고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샴,

기억 상실의 바다

 

당신 속으로 빨려 드는 수없이 많은 나 내 속에서 자라나는 끝없는 당신

 

이상하고도 몽롱한 키스

 

한 걸음만 더 당겨주세요 울컥울컥 피가 쏟아지는

당신의 체온이 나의 야경이 될 수 있도록

 

시가 참 좋다

설명이 필요 없는 시 감성으로

읽으면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9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46 07-07
14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11-18
14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 11-18
14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11-17
14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1-17
14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 11-16
14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11-15
14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11-14
1489 安熙善3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11-14
14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1-14
14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11-13
14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1-12
1485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1-12
14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1-11
14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11-11
14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1-10
14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1-10
14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1-08
14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1-08
14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1-07
1477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11-07
14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1-07
1475 安熙善3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1-06
1474 安熙善3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11-06
14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1-05
147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1-05
14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11-03
1470 安熙善3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11-03
14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1-03
14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11-02
14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11-01
14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11-01
14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11-01
14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1-01
14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10-31
146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0-31
14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10-30
14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10-30
14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10-30
1458 安熙善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0-29
14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0-29
14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0-29
1455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10-29
14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10-29
14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0-28
14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10-28
14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0-28
14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10-27
14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0-27
14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10-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