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치카토 /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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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9회 작성일 18-11-24 23:1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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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점쟁이가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문지방에다 붙여 주었다
장밋빛 손가락은 체온도 활기도 없는 내 소지품들 속에 섞여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찾아와 그 손가락을 가리켜 이르길
더러운 샘은 왜 파 놓았느냐
그러나 내 더운 피를 다 빨아먹고 생긴 더러운 샘이니
지진 같은 굉음의 푸른 줄기 하나는 보아야지
-밤의 피치카토, 박판식 詩 全文-
鵲巢感想文
피치카토pizzicato는 이탈리아어로 음악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현악기를 뜻한다. 손끝으로 튕겨서 연주한다. 또는 그런 곡을 피치카토라 한다. 밤의 피치카토니까 여기서 밤은 특정한 그 무엇이 되겠다. 詩 문장이니 詩를 제유하거나 그러니까 다른 무엇이라 해도 되겠다.
절친한 점쟁이는 어느 특정인을 비유한 것으로 여기서는 주어다. 손가락 하나를 자른 것은 이미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특정 부위를 말한다. 손가락 指지 字자와 종이 紙지 字자의 소리은유 즉 음차 한 것으로 보면 좋겠다. 문지방에 붙였으니 어느 경계점을 얘기한다. 다시 말해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두고 한 문턱을 넘어가려는 개미의 작용이다.
장밋빛은 손가락을 수식한다. 여기서 꽃 그림을 띄웠으니 독자로 하여금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무언가 꿈을 그릴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인 셈이다. 이것은 체온도 활기도 없는 내 소지품 속에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가치도 없었다고 보면 된다. 체온을 충분히 느끼거나 활기가 쏟으면 그것은 이미 동화同化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여기서 주체는 지指,紙다. 손가락이다. 친구가 찾아와 더러운 샘은 왜 파놓았느냐고 다그친다. 친구는 지指,紙(손가락)의 주인인 셈이다. 샘을 팠다는 말은 해독이나 해체다. 사실 필자 또한 시인의 글을 파고 있는 셈이다. 무엇을 판다는 동사에 객체는 가상의 샘이 된다. 여기서 행 가름하고,
반어적 접속사가 잇는다. 내 더운 피를 다 빨아먹고 생긴 더러운 샘이라 한다. 이미 동화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이다. 詩 각성이자 인식이다.
지진 같은 굉음의 푸른 줄기 하나는 보아야지, 여기서 지진은 지진地震이 아니라 지진紙震으로 굉음轟音은 즉 소리 하나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굉字가 재밌는 한자다. 수레가 세 대다. 한 대만 지나가도 요란할 텐데 세 대니 상상할 만하다. 그만큼 요란한 시 한 수 지어보겠다 뭐 이런 뜻이겠다. 이것은 詩人의 詩에 대한 熱情과 强調다. 사실 詩人의 詩集 제목이기도 하고 일종의 서시에 가까운 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詩는 이 詩集의 제일 뒷장에 자리한다.
마치 사마천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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