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의 푸른 유리 조각들을 하나씩 만져보고 싶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저녁 무렵이면 흰 연기를 뿜는 소독차를 따라 달렸다 달리다가 문득 멈추면 나는 또 이상한 거리에 서 있었다 어스름한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저녁의 세계 한가운데 꺼질 듯 수그러들다가 다시 살아나는 저녁의 마술 한가운데 마치 나를 따라다니던 그림자가 나를 와락 끌어안은 느낌이었다 그 따뜻한 손에 이끌려 나는 이 길과 저 골목들 사이를 배회했다 쇼윈도의 창은 밤에만 출렁거렸다 출렁이다 넘쳐 오르면 모든 길들도 출렁였다 파도에 휩쓸려 나는 우리 집 지붕까지 밀려갔다 맨발로 지붕 위에 서 있었다 오래전에 지붕 위에서 본 밤하늘은 몽상가의 안경처럼 반짝였다 감나무 사이로 눈이 내렸다
-미아(迷兒), 강성은 詩 全文-
鵲巢感想文
젊은 詩人이다. 詩를 참 잘 쓰시는 분이다. 시적 묘사가 탁월하다. 위 詩에서 詩人이 사용한 단어도 극을 참 잘 살렸다. 가령 담장과 푸른 유리조각이 그렇고 흰 연기를 뿜는 소독차와 이상한 거리가 그렇다. 어스름한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저녁의 세계와 저녁의 마술은 탁월하고 따뜻한 손과 이 길과 저 골목들 사이 배회하는 것도 아주 산뜻했다. 쇼윈도의 창과 밤, 파도와 지붕, 여기서 지붕은 밤하늘에 뜬 별처럼 물론 별이라는 얘기는 없지만, 시의 암묵적 상징으로 별이라고 생각하면 그 반짝임으로 묘사할 수 있겠다. 감나무라는 시어와 눈이 내리는 그 행복감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 詩를 읽고 나는 내 마음의 미아를 찾고 싶은 그런 충동이 일었다. 종일 어머님 모시고 두루두루 다닌 것을 짤막하게 써본다.
鵲巢의 辯
엄마는 당뇨예요. 한쪽 눈이 먹물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요. 어떤 때는 계단을 타고 내리는 데 땅바닥이 너무 가까운 거예요. 그만 무릎을 찍고 땅을 짚었지요. 정말 하늘이 노랬어요. 종일 엄마랑 함께 다녔어요. 병원에도 가고 밥도 함께 먹었어요. 엄마는 내 옆 좌석에 앉아 그간 못 보았던 동네 여러 이야기를 주섬주섬 풀어놓았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라 표어 띠기가 누군지 언어 양반이 누군지도 몰라요. 한참 듣고 있으면 그때서야 환해집니다. 종일 그렇게 다니다가 집에 왔어요. 엄마는 그간 배추며 무며 쓸어서 양념까지 나를 담으셨지요. 집에 가거든 한 끼 밥이라도 해라. 총총 별빛을 바라봅니다. 긴 겨울에 펄펄 내리는 눈처럼 엄마 가슴을 따뜻하게 안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