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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표적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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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18-12-09 14:19

본문

.

     그의 창밖에 매일 커다란 까마귀가 날아온다 / 생일에는 그녀가 특별 주문한 진짜 벨기에 초코케익이 배달되었지 / , 이건 너무 검어, 선지처럼 검어서 / 차마 깨물어 먹을 수 없어 / 커다란 까마귀는 오후 345분 회색 하늘 아래 / 비둘기와 다른 까막까치들을 거느리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피뢰침 꼭대기에 앉아 / 가다를 한껏 부풀리며 윤기 흐르는 긴 외투를 가다듬는다 / 아아, 까맣게 모르겠어 / 녀석이 어딜 보고 있는 거지? 눈이 어디에 있는 거지? 있긴 있는 건가? / 새 모양 펀치로 하늘을 뻥 뚫어놓고 / 여장 남자 같은 목소리로 / 가아! / 가아! / 다아 꺼져버리란 말이야! / 그가 잡고 싶은 / 그가 되고 싶은 / 녀석은 압도적이고 신경질적인 / 파시스트를 닮았다 진짜 남자를 닮았다 / 어떻게 저렇게 무거운 요구가 하늘을 날 수 있나? / 저 각 잡힌 긴 외투를 한 계절만 빌릴 수 있다면! / 냉장고에 넣어둔 그녀의 생일 케익은 까맣고 무겁고 /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 라고 씌어 있다 / 어떻게 이렇게 까만 걸 먹을 수 있지? / 녀석은 정말 속살까지 까말까 / 먹어치우라고 싶어 매일 꺼내어 보고 / 먹어치울까 봐 언제까지나 커팅을 미루고 있는 / 아무리 기다려도 녹아내리지 않는 까만 생일 케익 / 비문증飛蚊症이 꿈속까지 그를 따라온다 / 충치처럼 까만 생일 케익이 / 겨울이 올 때까지 그를 깨물고 있다

 

                                                                                                         -표적, 정한아 詩 全文-

 

     鵲巢感想文

     新聞에서 읽은 내용이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19세기 詩人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가운데 창문들 한 대목이다.

     詩集을 보는 것은 닫힌 창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만 꼭 열린 창문만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 좁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내부, 시야가 좁고 한정적이며 그 외, 것들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읽다가 시인이 말한 비문증飛蚊症처럼 불꽃놀이를 보기도 하지만, 경험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글 쓰는 능력이다. 묘사 말이다.

     가끔은 詩集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뜨끔하다. 마치 내 속을 하얗게 지운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시집이 그런 것 같다. 시인의 시집에서 시제가 나는 왜 당신을 선택했는가-큰 울프 씨의 편지의 한 대목이다. 당신은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잊어버린 권태기의 부부처럼 책임감으로 책을 읽고 의무 방어로 시를 쓰고 있었지. 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관성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詩와 좀 더 친숙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위 는 생일에 있었던 일 같다. 생일처럼 일어나는 시적 충동과 그날 있었던 일과 이미지를 겹쳤다. 그러나 시제에 표적이라고 했듯이 목표로 삼았던 일과가(標的), 겉으로 드러난 자취는(表迹), 어떤 이상향의 테두리에서 크게 못 벗어난 것에 대한(剽賊) 아픔을 노래했다. 그것은 비문非文 즉 문법에 맞지 않는 것과 같고 이것은 문과식비文過飾非로 나아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면서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공포심마저(飛蚊) 불러일으킨다. 절대 비문碑文도 아니며 비문秘文도 아닌 것에 일종의 자기반성처럼 말이다.

     커다란 까마귀는 오후 345분 회색 하늘 아래였다는 이 詩文처럼 탁월한 문장을 읽는 것은 잘 나가는 회사원이 잘 나가는 자영업자가 경기의 퇴조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나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왼쪽은 왼쪽의 세계다. 절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왼쪽이 가지는 특성이며 글쓰기다. 오른쪽은 늘 마음의 치유다. 345분이 아니라 자정과 정오처럼 맞닿는 세계관이다. 여장 남자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진짜 남자로 파시스트처럼 글을 써야겠다. 오로지 의 제국을 위해서, 그 제국은 현실의 안주가 아니라 늘 도전하는 삶을 지향한다.

     충치라는 표현이 참 색다르게 와 닿는다. 하얀 이와 그 고통은 어찌 설명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시를 잘 표현했다. 엄지손가락 하나 든다.

 

 

 

     鵲巢

     우리는 흔히 왼쪽을 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결코 왼쪽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의 미래가 있다 산을 오를 때도 들길 걸을 때도 왼쪽은 잠시였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가 나는 왼쪽만 보았다 늘 소주와 막창과 삼겹에다가 돼지국밥이었다 팔팔 살았던 눈알이 휑뎅그렁해지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늘 왼쪽이 무서웠다 그리고 첫 날개를 꺾었다 나는 추락하는 줄 알았다 웬걸, 창공이 저리 너르고 높다는 것을 알았다 한 마리 독수리였다 그때 왼쪽은 없었다 왼쪽은 닭장이었고 깨지 못한 닭 알이었다 왼쪽이 있다면 팔짱 껴보라 하늘 나는 것도 가벼운 깃털 같아야 수월하다 왼쪽을 봐라! 아무것도 없다 별 총총 닿는 난롯가 앉아 앞만 보고 있다 어떻게 날아야 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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