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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시즌 오프 / 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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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5회 작성일 18-12-13 20:55

본문

.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렸다

     아이들은 어둠 속에 없었다

     오른쪽 왼쪽 모두 비어 있었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다

     열매와 시체와 부리

     말던 것들은 막혀 있었다

     거위의 간이 검게 변해갔다

     발목도 안 자르고 아이들이 함성 속을 빠져나갔다

     얼룩을 따라 벽이 번지고 있었다

     사타구니가 오른쪽 왼쪽으로 비틀렸다

     뜨거운 눈물이 단단한 눈알에서 쏟아졌다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

 

                                                                                                         -시즌 오프, 이 원 詩 全文-

 

 

     鵲巢感想文

     터미네이트를 본 적 있다. 미래에서 온 남자 아놀드슈왈츠네거, 근육질의 남자. 누구랑 싸워도 절대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본 적 있다. 불쑥 튀어나오는 꽃들에 아주 난감한 적도 있다. 를 읽다가 사팔뜨기가 된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는 그렇게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밥 짓다가 죽도 아니 될 때가 있듯이 무의식적으로 쏟은 물에 어쩌면 좋은 그림 한 장을 떠올린 것처럼 말이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함성을 들었는데 아이들은 어둠 속에 없었다는 말, 환청이었다. 마치 새 두 마리가 제각각 이승과 저승을 두고 지저귀는 꼴이다. 전에 보았던 일본 영화가 마악 스쳐 지나간다. 오겡끼데스까 おげんきですか? 잘 지내요.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뭐 이런 말인 것 같다. 그러니까 저쪽 세상은 어둠인 것이다. 물론 저쪽에서 바라보는 이쪽은 더 암울하다. 답이 없다. 아무리 시를 외쳐도 산 같은 벽만 있다. 누가 나에게 오겡끼데스까? 하고 물으면 사실 죽었지만 잘 지낸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문학이다.

     뚫을 수 없는 문학의 시도 치타의 바늘로 꽉 막힌 허공을 자꾸 쑤시면 뻥 뚫린 구멍이 생기고 햇빛이 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는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오른쪽 왼쪽 모두 비었다. 백지다. 시를 부르기 위한 좋은 환호는 역시 죽은 개 하나를 도살장에 끌고 가는 것이다. 마구 두들겨 패다 보면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다. 시계탑은 여기서 금물이다. 시간으로 금을 긋고 무엇을 한다는 것은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예술가들은 몇 시간이고 착상에 몰입하는 사람이 많다. 는 이에 비하면 쉽게 낚을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치자 꽃을 향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겠지.

     그것은 열매와 시체와 부리다. 에 묘사다. 무엇을 낚을 수 있는 열매가 되며 시체 말 같기도 하면서 누구를 쪼는 부리가 되겠다.

     거위의 간이 검게 변해갔다는 말에 왜 하필 거위라고 했을까? 거위는 거위鉅偉인가 그러니까 아주 크고 위대한 것을 말한 것인가? 어느 한도에 가깝게 이른 것 즉 거의라는 부사의 소리 은유인가? 하여튼 이것저것도 다 맞겠다. 그 간이 검게 변했다. 사이다. 사이 . 틈 말이다.

     발목도 안 자르고 아이들이 함성 속을 빠져나갔다는 말, 어 이런 끔찍한 말이 있나! 그러나 에서는 아주 탁월한 묘사다. 이 문장을 생각하니 추수철 벼 밑동이 지나간다. 가을걷이로 벼를 자른 후 남은 밑동 말이다. 날씨가 온화하면 여기서 싹도 튼다. 도 마찬가지다. 동물적인 표현을 해서 그렇지 싹트는 건 똑같다.

     얼룩을 따라 벽이 번지고 있었다. 얼룩은 정물화다. 벽은 시적 자아다. 벽이 얼룩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사타구니가 오른쪽 왼쪽으로 비틀렸다. 짝 펼친 사타구니를 보면 양 쪽 다 보인다. 어느 세계도 걸쳐놓은 사상,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시적 세계관이다.

     뜨거운 눈물이 단단한 눈알에서 쏟아졌다. 눈알 표현도 참 좋은 것 같다. 는 모두 눈이다. 그 눈 속에 알이 있다. 그 알 하나씩 참하게 깨뜨려 먹다 보면 온전한 성체를 이룬다.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 이 시집의 서시, 시즌 오프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첫눈처럼 맑고 고운 것을 처음처럼 대하고 마음은 언제나 첫 시작을 알리듯이 정갈한 시가 되고 싶다.

 

     다시 또 밤이다 밤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밤에 관한 무수한 연못을 읽어야 밤은 온다 그 연못에 발을 폭 담그고 손가락을 살짝 찔러 넣어야 한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다소 깊게 그러면 거대한 눈처럼 밤은 온다 밤은 고향이다 그 관문인 밤의 열쇠를 찾기 위해 피로 엮은 가마우지를 물에다가 던져 넣어야 한다 문은 없다 없는 그 문을 따기 위해 소년은 연꽃을 벌리며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듯이 기어코 속옷마저 벗는 일이 있더라도 그 속에 오랫동안 몸 담그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밤의 찔레꽃은 붉게 피어오르다가도 천천히 노인이 되는 그러다가 그 연못의 잇자국에 더디어 참지 못한 신음으로 결국 발악한다 아! 밤은 굳은 엄지로 정수리를 닦고 짝 펼친 사타구니를 지나 발뒤꿈치로 흐른 물을 마시는 것이다 마른 도포에 누인 뜨거운 입술의 그 밤은

 

 

 

     鵲巢

     여기는 싸늘한 냉방 같은 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야 각 재로 만든 이 층 구조물 아래 사각 동태에 얹은 기기를 들여다보고 있었지 어디가 고장인지 확인하는 거지

     날씨가 꽤 추워 선풍기 같은 히터를 강으로 틀었어 그 복사열에 손 쬐면서 드라이브 들고 하나씩 풀어나갔어

     가끔은 나사 돌리다가 마모 날 때도 있어 이런 때는 난감하지 니퍼 들고 그 나사 볼트를 꽉 물었다가 비트는 수밖에는 없지

     하나씩 풀어낼 때마다 가벼운 몸뚱어리를 본단다 마음은 이미 동태에 놓인 기기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 최소한 이 이층 구조물은 온화하단다

     낡은 부품을 볼 때면 이미 쓰일 만큼은 해낸 저 단어가 대단하다 싶어 제 역할은 다했으니 휴지통에 던져 넣었어 새 부품 들고 제자리에 안착한 다음 다시 하나씩 조립해 나갔지

     시원한 물 한 잔이 그리웠단다

     저것이 그래도 마지막에는 전원 플러그 꽂을 때 온몸에 그 흐름을 느끼다가도

     단추만 누르면 딱 거리는 소리에 여한이 없단다 그렇게

     그렇게

     분쇄한 커피 가루가 듬뿍 담긴 포타 필터를 장착하고 쪽 빠지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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