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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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18-12-17 00:02본문
⋁.
물고기야
너는 접시 속으로 들어갔지
너는 딱딱하고 반짝이고 빛나는 여자의 몸처럼
너는 파랗고 동그란 눈으로
굳어 있는 파란 눈으로
접시는 텅 빈 채 먼지가 쌓이고
불길한 먼지가 쌓이고
너의 눈에도 쌓이고
너는 숟가락 소리를 그리워한다
맑은 물 찰랑거리던
어떤 아침을
서정적인 접시의 공복 속에서
-서정시, 이기성 詩 全文-
鵲巢感想文
시제가 서정시다. 한자로 표기하면 抒情詩다. 정을 표현 및 토로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다. 시. 서사시ㆍ극시와 함께 시의 3대 부문으로 일컫는다.
詩는 유창한 말놀이다. 말 한마디에 천량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 잘하면 먹고사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 유능한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 지겹지가 않다. 그는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강의는 줄곧 핵심은 없다가도 재밌으면 끝까지 듣게 된다. 큰 내용은 없더라도 그 끝은 반전에 가까운 감동은 있어야겠다. 그러니까 한 바탕 놀더라도 핵심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시학은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리 잘 드러내지는 않는 경우도 꽤 많다. 한마디로 문학의 펀(fun)으로 흑백의 언술 초상화다. 잘 생각하면 뭔가 떠오르는 기묘한 세계관 같은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글은 지겹지가 않다. 가끔은 웃음이 나고 재밌다. 사람의 뇌는 무언가 톡톡 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일깨우게끔 어떤 작용을 한다면 분명 삶의 영향도 좋은 결과를 맺을 거로 본다.
이 詩는 詩人의 시집 ‘채식주의자의 식탁’ 제일 첫 장에 오른 詩다. 구성은 4연으로 이루었다. 첫 번째 단락을 보면 물고기와 접시 그리고 여자의 몸과 눈을 시어로 사용했다. 물고기는 어漁,魚,語다. 언어를 제유했다. 접시의 성질을 보면 납작하고 둥근 세계관을 묘사하며 굳은 물질이다. 시집을 제유했다. 여자의 몸은 시인이며 어떤 여성의 모성애도 여기에 포함해도 되겠다. 동그란 눈과 굳은 파란 눈 모두 詩를 뜻한다.
그러나 접시는 텅 빈 채 먼지가 쌓였다. 무엇하나 제대로 담을 수 없었던 상황 묘사다. 불길하다. 너의 눈에도 그러니까 시 인식과 존재는 멀기만 하다.
너는 숟가락 소리를 그리워한다. 숟가락도 굳은 물체며 무엇을 뜨는 도구다. 마음을 한 숟가락 떠먹을 수 있는 그 소리를 詩는 얘기한다. 맑은 물 찰랑거리던 어떤 아침을, 정말이지 티끌 하나 없는 순도 100도에 이르는 그 참한 글 한 편이 그립다.
서정적인 접시의 공복 속에서 詩의 각성과 교감이다. 오늘도 월척은 아니더라도 말뚝망둑어는 면해야겠다.
鵲巢의 辯
엄마는 오래전에 내가 머문 이곳에 화분 하나를 가져다 놓으셨다 그 화분 옆에 앉아 엄마는 얘기꽃을 피웠다 50년도 더 된 이야기였다 우연도 필연도 아닌 잘 짜인 각본 같았다 까딱 어긋나면 화분은 없을 수도 있는 엄마의 분가 전의 얘기, 살아오신 그간 삶이 고난과 역경이었다 꿋꿋하게 지켜 오신 숲이었다 온갖 새들이 하늘 날아도 숲은 늘 하늘을 쓸었다 햇볕이 흠 나지 않게 지키려든 엄마의 주름이 산처럼 구불구불하다 엄마의 눈 사위에 떨어져 묻은 속눈썹 하나 따뜻하게 뗀다 화분 하나가 참 오랫동안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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