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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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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7회 작성일 18-12-17 12:17

본문

.

     위대한 건 기다림이다. 북극곰은 늙은 바다코끼리가 뭍에 올라와 숨을 거둘 때까지 사흘 밤낮을 기다린다. 파도가 오고 파도가 가고, 밤이 오고 밤이 가고. 그는 한생이 끊어져가는 지루한 의식을 지켜보며 시간을 잊는다.

 

     그는 기대가 어긋나도 흥분하지 않는다. 늙은 바다코끼리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먼바다로 나아갈 때. 그는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다시 살아난 바다코끼리도. 사흘 밤낮을 기다린 그도, 배를 곯고 있는 새끼들도, 모든 걸 지켜본 일각고래도 이곳에서는 하나의 자세일 뿐이다.

 

     기다림의 자세에서 극을 본다.

 

     근육과 눈빛과 하얀 입김.

     백야의 시간은

     자세들로 채워진다.

 

                                                                                                          -자세, 허연 詩 全文-

 

 

     鵲巢感想文

     우리는 를 어떻게 읽고 있는 것인가? 바쁜 일상에 한 편의 를 건성으로 읽지는 않는가? 순간 이 를 읽으며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어떤 집중력集中力은 있어야겠다. 돈 버는 방법을 알고자 하면 그 흐름을 알아야 하듯 그 흐름을 알고자 하면 그 근본을 찾아 나서야 알 수 있다. 그 근본을 찾는 것도 모두 본인의 자세에 달렸다. 모든 것은 직접 해 보아야 한다. 직접 하지 않고 그 어떤 일도 좋은 결과를 이루기는 어렵다.

     詩人은 위대한 건 기다림이라고 했다. 그 기다림 속에 분명 극을 본다고 했다. 그 극은 근육과 눈빛과 하얀 입김으로 우리가 보냈던 백야의 시간이며 그 속에 그간 있었던 우리의 자세가 어떠했는지 말해주는 결과다. 그 비유로 북극곰이 등장한다. 한 마리 먹잇감을 예사 보지 않는 동물적 습성을 들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밤이 오고 밤이 가고 한생이 끊어져가는 지루한 의식을 치른다. 물론 詩人이 북극에 가 북극곰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다 하여도 이 는 명료한 진리다. 어떤 한 진리를 전달하는데 있어 약간의 과장일지는 모르나 그 결과는 이와 같아야 함을 암묵적으로 진술한 것임에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詩의 두 번째 단락을 보면 늙은 바다코끼리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먼 바다로 나아갈 때 그는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不通이자 認識不足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꽉 닫힌 세계의 불안감과 모호 그것에 대한 공포 또한 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인정해야만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경쟁이다. 수많은 경쟁 속에 진정한 경쟁은 나 자신과의 대결이다. 대결에 앞서 나는 에 대해 그러니까 내가 추구하는 이상에 얼마만큼의 자세를 갖추었던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기다림의 끝은 극이다. 근육과 눈빛과 하얀 입김 우리가 보내고 있는 백야의 시간 그 끝은 지금 우리의 자세에 달렸다. 미국 속담이다. 자세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Attitude is everything)고 했다.

 

 

     鵲巢

     모자 쓴 사람이 모자 쓴 사람에게 모자 벗는 이야기를 했다 창 밖은 분명 겨울이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졌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둘 씩 카페에 들어오고 있었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다 까만 앞치마가 손잡이 없는 잔에 커피를 담아 나른다 모르는 사람이 손잡이 없는 잔을 들고 커피를 마셨다 누가 돌이라도 던진 것인지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둥근 잔과 둥근 잔 받침이 모두 네 개였다 모두 말끔히 비웠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가? 눈빛을 잃고 발이 녹는 줄도 모르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를 얼마나 더 낮춰야 모자 쓴 사람이 모자를 벗고 모자 벗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커피 잔이 바닥이 보일 때까지 모자 벗은 이야기가 모자를 쓰고 다시 나갈 때까지 낮엔 담장 위에 내린 눈이었다면 밤은 작은 쟁반을 보며 맑은 달 하나를 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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